연재기사 장수게임의 비결…꾸준한 업데이트를 통해 자신의 색을 지켜나가야 게임이 발전할 수 있어

지난회 연재기사 : ① 스타가 게임을 죽인다 
지난회 연재기사 : ② 확률, 그 달콤한 유혹

지난회 연재기사 : ③ 해킹 막고, 서버 지키고

 

독특한 시도를 보여주며 우수 게임상을 수상한 게임이 있었다. 
제작비 100억을 투자하며 강렬하게 유저몰이에 나선 게임이 있었다.
따스한 분위기를 내세우며 모험의 세계를 그려냈던 게임이 있었다.

 

이 게임들은 순서대로 <택티컬 커맨더스>, <요구르팅>, <허스키 익스프레스>다. 화려한 데뷰에 걸맞지 않게 덧없이 역사속으로 사라진 게임들, 발매 초기에는 히트작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던 이 게임들에게 실패와 서비스 종료 이외에 다른 공통점은 없었을까? 기대와 달리 왜 사라졌던 것일까?

 

 

침묵, 침묵, 침묵. 그리고 종료.

 

<허스키 익스프레스>는 <마비노기>의 썰매 끄는 동물 캐릭터에서 출발했다. “전투 말고도 재미를 느끼게 할 수 없을까?”라는 생각을 보다 발전시켜 첫 만남과 교감, 모험을 콘셉트로 한 허스키는 동화책을 보는 듯한 배색과 작화로 따스한 느낌을 주며 여성 유저와 일본 유저에게 크게 어필했다.

 

<당장이라도 만져보고 싶은 귀여운 강아지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CBT 유저들마저 우려할 정도로 빈약한 상태에서 강행한 OBT는 게임의 수명을 크게 갉아먹었다. 새로운 콘텐츠는 의류 아이템뿐, 즐길 콘텐츠는 그저 달리고 교역하고 달리고 교역해서 돈을 모으는 것이 게임의 전부였다. 쓸 곳 없이 돈이 모여만 가는 게임 시스템 덕분에 인플레이션은 극도로 심해져 갔다.

 

강아지의 육성과 훈련을 통해 교감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강아지는 평범한 운송수단에 전락했다. 첫 만남은 말 그대로 처음 10분의 두근거림에 불과했다. 긴장감 없는 모험과 교역만이 유일하게 할 만한 콘텐츠로 남았다. 2009년 11월, 새로 부임한 이희영 팀장이 야심차게 실시한 OBT 시즌 2에서 썰매 개조에 확률 시스템을 도입하여 지나치게 심각해진 인플레이션을 잡으려 했으나,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

 

<이대로만 구현되었다면 게임의 운명은 달라졌을 것이다>

 

그 이후, 더 이상의 콘텐츠 업데이트는 없었다. 흔한 이벤트 한번 없었다. 잊혀져가던 허스키는 2011년 4월, 숨을 거두었다. 그 뿐이 아니다. 로두마니 스튜디오의 <에어라이더>, 위젯의 <카바티나 스토리>도 각각 2009년 10월, 2009년 12월부터 침묵하며 사실상 서비스가 종료되었다. 지스타 2008에서 2009년 넥슨의 기대신작이라 불렸던 작품 중 <드래곤네스트>와 <에버플래닛>을 제외한 모든 게임이 침묵 끝에 사라진 것이다.

 

허스키에 벌목, 낚시 등 처음 예정되어 있던 콘텐츠가 도입되고 환상 세계에서의 생활이 그려졌다면 어땠을까? 에어라이더의 게임성에 문제가 있었다면 오픈 2주만에 100만 유저를 돌파하는 저력을 보였을까? 카바티나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가 그렇게 부족했던 것일까?

 

최소한의 재미 요소만 보장되고, 그것을 즐겨주는 유저들이 있다면 게임은 팔린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에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한 업데이트다. 어떤 이유로든 업데이트를 포기한 게임은 결국 사라지게 된다. 게임을 즐겨주는 유저들에게 보여주는 가장 큰 보답은 바로 게임을 이어나가고자 하는 개발진의 의지일 것이다.

 

 

자승자박! 게임을 죽인 업데이트

 

MMORPG와 RTS, 유저들이 이루는 국가라는 재미있는 요소를 결합하며 2000년 게임대상 최우수상과 2001 美 인디게임페스티벌에서 대상, 최고 게임 디자인상, 최고 기술상, 관객 인기상을 쓸어담았던 <택티컬 커맨더스>는 2004년 그 막을 내렸다. 하지만 사실상 게임의 생명은 ‘에일리언 행성’과 ‘귀환’ 시스템을 도입한 시점에서 끝났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 서비스 당시에 유저들은 엄청난 호응을 보였다. 정액 요금제를 채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채널과 비슷한 개념의 ‘행성’ 하나 당 동접자는 5백 이상, 전체 채널을 다 합하면 거의 1만에 육박했다. 방향을 정해 육성할 수 있는 플레이어와 개성과 밸런스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데 성공했던 다양한 전투 유닛과 필드 하나당 30 대 30의 박진감 넘치는 전쟁을 그려낸 택티컬 커맨더스는 누가 봐도 2000년 초반 게임계 ‘태풍의 눈’이었다.

 

<90년대 게임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완성도다>

  

하지만, 게임은 조금씩 변해갔다. 사냥을 통해 얻는 경험치가 미미했고, 전쟁에서 승리해야만 비로소 최고 경험치를 얻을 수 있었던 시스템을 개발진은 문제라고 인식, ‘에일리언 행성’을 추가했다. 난이도에 비해 어마어마한 경험치를 제공하며 1개월마다 국가 단위로 수많은 만렙 유저들을 만들어 내는 등, 에일리언 행성은 유닛 육성이라는 게임의 핵심 콘텐츠를 없애버렸다.

 

너무나 손쉽게 전 병과 100레벨을 달성한 유저들은 새로운 즐길 거리를 찾았고, 이들에게 즐길 거리를 제공하겠다는 명목으로 업데이트 된 ‘귀환’과 그 보상으로 제공된 공중 유닛 ‘제스트’는 게임을 파괴했다. 12번 귀환해서 제스트 12기를 꽉 채운 유저 한 명이 들어가면 입구 수비를 아무리 철저히 하고 있더라도 소용이 없었다.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던 유닛 사이의 밸런스가 무너진 것이다.

 

비틀거리던 택티컬 커맨더스는 결국 더 이상의 보강 업데이트 없이 서서히 붕괴되었다. 넥슨은 스커미시 모드인 ‘배틀존’과 무료 플레이 전용 행성인 ‘체험판 행성’을 추가하는 등 강수를 두었으나 이미 무너진 게임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2004년, 결국 택컴은 국내 서비스 종료를 선언했다>

 

<요구르팅>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100억 이상의 개발비를 투자한 최초의 대작 게임이었던 요구르팅은 깔끔한 그래픽, 매력 있는 캐릭터 디자인과 중독성 있는 BGM을 내세웠다. 하지만 금세 한계를 드러냈다. 콘텐츠는 금세 바닥을 드러냈고, OBT 직후 서비스가 불가능 할 정도로 몰려들었던 유저들은 몰려들었던 속도만큼이나 빨리 등을 돌려버렸다.

 

제작사인 엔틱스소프트(<아바>를 제작한 레드덕의 전신)는 떠나가는 유저들을 막고자 모든 요구를 다 들어주는 업데이트를 진행했고, 게임은 뒤틀렸다. 매력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지루한 사냥, 무너진 밸런스로 인해 유저들은 더욱 빠른 속도로 떠나갔다.

 

<대담한 비쥬얼의 PV를 게임에 접목시켰던 요구르팅>

 

대규모 업데이트인 ‘요구르팅 2학기’를 통해 부활을 꿈꿨지만, 게임은 더더욱 빠른 속도로 침몰했다. 게임이 갖던 고유의 색을 버리고 소위 ‘잘 나가는 MMORPG’였던 <리니지>를 따라가려 한 것이다. 개발사의 우회상장이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결국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요구르팅은 서비스 종료되었다.

 

이들 게임의 공통점은 업데이트는 꾸준히 있었지만, 그 업데이트가 게임의 핵심 콘텐츠를 잠식해버린 것이다. 게임이 갖던 재미 요소를 지우고, 성공한 게임을 베끼는데 급급한 것이다. 결국, 고유의 색을 잃어버린 게임에 유저들은 등을 돌려버렸다.

 

외국의 게임이 다수 들어오고, 대작 게임들이 자리를 튼튼하게 차지하고 있는 지금 필요한 것은 게임만이 갖는 고유의 색을 살리고 그 색을 점점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튼튼한 기획을 바탕으로 업데이트를 통해 게임 콘텐츠를 점점 확장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업데이트의 노력 없이, 베낀 콘텐츠만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수많은 사라진 게임들이 이를 증명한다. 장수 게임의 비결이 있다면, 네 번째 조건은 바로 게임을 심고, 꽃피워 나가는 개발진의 노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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