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봉이
19.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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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출시 예정이었던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의 출시일이 3개월여 연기되었습니다. PS공식블로그에서는 더 좋은 품질의 게임을 위해 연기를 결정했다고 밝혔죠. 게임을 기다리는 많은 유저들에겐 아쉬움이 컸지만 좀더 나은 게임을 위해 그 정도는 기다려줄 수 있다는 분위기입니다.

전세계 유저들이 가장 기대하는 타이틀 중 하나인 라어오2가 발매일을 연기하는 속내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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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의 발매가 연기되었다

 

너티독 측은 연기를 결정하기에 앞서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첫번째 선택은 콘텐츠 볼륨이나 완성도에 어느 정도 타협을 보고 출시일을 지키겠다 입니다. 두번째 선택은 게임성에 타협을 보지 않고 만족할 만한 완성도가 나올 때까지 발매일을 연기하겠다죠.

 

너티독의 선택은 두 번째 즉 발매일을 늦추는 것이었습니다. 이 말에서 우리 역시 두가지 사실을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타협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게임의 완성도나 퀄리티를 최고의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난 후 출시하겠다는 것이고 또 다른 의미는 극악의 스트레스 속에서 직원을 갈아 넣으면서 게임을 만들지 않겠다는 의미죠.

 

사실 너티독은 락스타 게임즈, CD 프로젝트 레드와 함께 살인적인 업무량으로 악명이 높은 회사 였습니다. 잭&덱스터, 언차티드, 라스트 오브 어스 등 너티갓이라 불릴 정도로 최고의 게임을 개발한 회사지만, 그 이면에는 살인적인 스케줄과 이른바 크런치 모드로 불리는, 말 그대로 개발자들을 갈아 넣어 성장한 회사입니다. 실제로 이들 개발사의 신작이 나오면 게임에 대한 찬사와 함께 회사에서 혹사당했다는 직원들의 글들이 SNS를 달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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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덱스터, 언차티드, 라스트 오브 어스 등을 개발해 너티갓으로도 불린다

 

게임의 완성도는 개발자의 눈물과 비례한다는 게 아이러니지만 이것이 현실입니다.

 

그런 너티독이 출시일 연기를 결정한 것은 무리하게 일정을 맞추지 않겠다는 것을 뜻합니다. 다시 말해 개발팀에 과도한 부하를 안겨주지 않겠다라는 것이죠. 여기에 더해 천천히 하지만 세심하고 확실하게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유저의 입장에서는 3개월이나 밀린 상황이 아쉬울 수 있지만 더 좋은 게임을 위해 약간 참아 주는 것도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조건이 될 것입니다.

 

 

너티독의 선택이 말하는 것은?

 

너티독의 이러한 선택이 환영 받는 것은 너티독에 대한 믿음이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너티독이 됐건 블리자드가 됐건(물론 예전의 블리자드를 뜻합니다) 게임 출시 연기는 빈번하게 있어왔습니다.

 

대부분이 ‘완성도를 높여서 돌아오겠다’라는 이유로 연기를 했죠. 그리고 그들은 말 그대로 완성도를 100% 아니 200% 높여 돌아옵니다. 스타크래프트가 그랬고, 라스트 오브 어스2도 그럴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기를 한다고 발표하면 우려나 짜증보다는 더 기대하게 되는 기현상이 벌어지는 것이죠.

 

이 부분이 우리나라 게임 업계와 결정적으로 차이가 나는 부분입니다. 아쉽게도 대한민국 게임 중 출시 연기 후 퀄리티가 좋아져 출시되는 게임은 거의 없습니다. 일단 연기된 게임은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거나, 완성도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증명하듯이 여러가지 문제를 안고 돌아오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개발 기간이 긴 게임 치고 제대로 나온 작품이 거의 없죠.

 

또 한가지 너티독의 선택에서 봐야할 부분은 크런치 모드 즉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길다고 해서 좋은 게임이 나올 거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너티독은 앞서 언급했듯이 업무량 많기로 세 손가락에 꼽히는 회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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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적인 업무량으로 악명이 높다

 

그렇게 해서 승승장구했으니 시쳇말로 ‘빡세게 굴리는’ 그런 판단이 옳다고 믿을 것이고 그렇게 계속 밀어붙일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너티독마저 바뀐 시대의 흐름에 순응하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그런데 우리의 상황은 이와는 사뭇 다릅니다. 15분 이상 자리를 비우면 컴퓨터가 잠겨 팀장에게 풀어 달라 요청해야 하고 심지어는 5분을 기준으로 삼는 회사도 있습니다.

 

아무리 책상에 오래 앉아있다 하더라도 좋은 게임이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 해서 나온다면 대한민국 게임 전부 세계 최고의 게임이 됐겠죠. 개발자가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과 게임의 퀄리티는 비례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장님들은 오래 앉아 있으면 멋진 작품이 나올 것이라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그저 마음의 평안만 얻을 뿐인데 말입니다.

 

중요한 것은 리더의 역량입니다. 여기서 리더는 사장 한사람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장은 물론 각 파트를 이끌어 나가는 리더들의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너티독이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리더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크런치 모드는 약간 거드는 정도인 것이죠.

 

진짜 리더는 직원이 책상에 얼마나 붙어있나 감시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게 하느냐가 중요하죠. 직원이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과 비전을 마련해 준다면 자리 비움 따위로 시간이나 재는 시대착오적 촌극을 벌이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책상에 앉아있게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될 때 훌륭한 게임이 나올 수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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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다고 좋은 게임이 나오진 않는다

 

라스트 오브 어스2 출시연기 같은 결단이 우리나라 게임에서도 이루어지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게임 완성도만을 바라보고 과감히 출시 연기를 결정할 수 있는 리더. 그 약속을 꼭 지켜내는 개발자들. 그리고 게임을 기꺼이 기다려 줄 수 있는 유저. 이런 환경이 조성되는 모습을 한국 게임시장에서도 꼭 봤으면 합니다.

라오어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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