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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미컴으로 출시됐던 클래식 록맨 시리즈를 스마트폰으로 이식한 '록맨 모바일'이 1월 6일 출시됐습니다. 입으론 "또 우려먹냐!"라고 말하면서 몸은 구입 버튼을 누르고 있는 록맨 팬들의 모습을 또 볼 수 있나 싶었지만 이번엔 좀 달랐습니다.

그 동안은 원작을 그대로 옮기기에 "조금이라도 바꿔보는 성의를 보여라!"라고 불만을 터트리곤 했는데, 이번 록맨 모바일을 보니 차라리 원작을 그대로 내는 게 더 나았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은 정말 너무나도 많지만, 일단 리뷰인 만큼 원작과 비교해 좋아진 점, 그렇지 않은 점을 정리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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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스 조정을 통해 시리즈 초심자도 쉽게!
록맨 클래식 시리즈는 난이도가 높기로 유명한 횡스크롤 액션 게임입니다. 스마트폰의 조작성으로 원작의 난관을 돌파하는 게 불가능하진 않지만, 게임을 팔 생각이 있다면 그대로 내면 살 사람만 사겠죠? 그래서인지 초보자들도 어떻게든 비벼서 넘어갈 수 있도록 대폭 수정이 가해졌습니다.

먼저, 록맨의 판정이 조정됐습니다. 천장이 낮은 곳에서 다음 발판으로 점프할 때, 원작이라면 머리가 닿아 뛰어지지 않았을 자리에서도 손쉽게 다음 발판으로 넘어가는 록맨을 볼 수 있습니다. 또, 떨어지는 도중에 아이템이 놓여 있는 틈으로 들어가는 것도 매우 쉽죠.

이와 더불어 까다로운 점프를 요구하던 구간도 대폭 완화됐습니다. 사라지는 블럭, 그리고 1편에서 옐로 데빌 직전 마그네틱 빔 사용 구간이 대표적입니다. 사라지는 블럭은 밑에서부터 뚫고 올라갈 수 있게 됐고, 마그네틱 빔 사용 구간에는 사다리가 놓여져 아예 쓰지 않아도 됩니다. 이제 더이상 난관이라고 부르기도 뭐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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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네틱 빔 사용 구간 비교. 왼쪽이 록맨 모바일, 오른쪽이 원작입니다. 확연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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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로 눈알을 굴리며 총알을 쏘던 치사한 발판도 총알을 안 쏩니다. 혹시나 싶어 난이도를 올려봤는 데도 그대로였습니다.>



보스의 밸런스도 조정됐습니다. 다만, 무조건 쉬워진 게 아니라 너무 강하거나 약한 게 없게 평준화한 식이죠. 예를 들어, 슈퍼암 두 방에 터지던 1편의 컷맨은 네 방까지 버티는 식으로 강화됐고, 좁은 발판에 의지하며 한참을 때려야 했던 2편의 메카드래곤은 퀵부메랑에 순식간에 녹아버릴 정도로 약화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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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시 봄으로만 잡을 수 있는 록맨2 최악의 보스 중 하나인 '부빔트랩'의 난이도도 완화됐습니다. 이렇게 중간에 무기 에너지가 나와서 사용 횟수를 고민할 필요도 없게 됐죠.>



끝으로 목숨이 무제한입니다. 컨티뉴 위치도 '직전'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가까운 위치에서 시작합니다. 그래서 난관에 부딪혀도 계속 컨티뉴하다보면 언젠가는 넘어갈 수 있게 되죠. 컨티뉴할 때는 특수 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도 회복되니 일단 이거 하나 만으로도 충분히 할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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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든지 도전해보자! 참고로 난이도에 따른 차이는 목숨 수 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플레이에서 스트레스가 될만한 요소를 줄여서 새로운 유저가 들어올 만한 환경을 조성했다는 건 칭찬할만 하다고 봅니다.


퇴화한 액션과 조악한 조작성의 절망적 하모니
밸런스 조정 외에는 모든 게 안타깝습니다. 스마트폰의 성능을 생각하면 왜 이런 이식을 했는지 납득이 가지 않을 정도입니다.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그래픽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원작과 동일하고, 패미컴 특유의 깜빡임이 사라졌습니다. 게다가 성질 급한 요즘 유저들을 위해 심하게 늘어지던 원작의 연출들은 빠르게 넘어가거나 스킵할 수 있게 하는 등 오히려 더 좋아진 점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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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에 체크 표시를 누르면 넘어갑니다. 이미 다 아시는 분들은 그냥 넘어가도 좋다는 걸까요?>



하지만 중요한 액션은 엄청 퇴화했습니다. 전체적으로 프레임을 생략한 게 있는지 움직임은 뚝뚝 끊어집니다. 록맨 모바일을 하다가 원작을 하면 ‘이렇게 부드럽게 움직이는 게임이었구나’ 하고 새삼 놀라게 될 정도로 큰 차이가 납니다.

보이기만 그러면 상관 없는데, 이게 플레이에도 영향을 줍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거츠맨 스테이지의 첫 번째 리프트, 민첩한 반응을 보여주던 보스들의 움직임이 굼떠진 게 크게 와닿았습니다.

<록맨4 모바일의 토드맨 스테이지와 록맨 클래식 컬렉션에 수록된 록맨 4의 토드맨 스테이지 비교 플레이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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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도를 HIGH로 조정하면 조금은 더 부드럽고 빨라지지만, 그만큼 더 빠른 반응과 조작이 필요해 플레이는 더 힘들어 집니다. 마치 스트리트파이터2의 터보 모드처럼요.>



다음은 조작입니다. 록맨은 까다로운 조작을 요구하기로 유명합니다. 한 끗만 삐끗해도 바로 미스로 이어지는 경우도 꽤 있지요. 그럼에도 ‘명작’이라 불리는 데는 깔끔한 조작 덕분입니다. 하려면 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록맨 모바일은 가상 패드로 조작해야 합니다. ‘스마트폰에 액션게임이면 그게 당연한데 뭐가 문제냐’라고 할 수도 있지만, 록맨 모바일은 가상 패드로 원작처럼 조작하기를 요구하는 게 문제입니다.

가상패드로 빠르게 조작하다보면 간혹 터치가 제대로 안돼 입력이 되지 않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특히, 록맨은 순간적으로 방향을 바꿔야 하는 일이 많은데 가상패드로 그런 조작을 하려다가 입력이 먹히지 않아 대미지를 입거나 심하면 목숨을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다가 점프하려고 했는데, 방향키가 안눌려서 허무하게 제자리 점프만 나가는 경우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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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눌렀다고!!" 퀵맨 스테이지에서 이런 억울한 경우를 많이 겪습니다. 모바일에서는 쉬워져서 레이저가 늦게 나오도록 조정됐는데, 정작 방향전환하다가 키가 안먹혀서 록맨이 그 레이저를 기다리는 듯한 상황이 되는 거죠.>



록맨 3편부터 가능한 슬라이딩을 하려고 하면 조작 문제는 더 심각해집니다. 조작이 불편한 모바일이니까 슬라이딩에 따로 키를 할당해도 되련만, 여전히 아래 + 점프 조작을 고수하고 있거든요. 기본적인 이동도 제대로 하기 힘든데 슬라이딩까지 해야하니 입력 실수는 점점 늘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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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패드 설정은 이것 뿐. 방향키 크기 조절이라 슬라이딩 버튼 같은 걸 넣어줬으면 훨씬 좋았을텐데 말입니다.>



가상패드를 위한 배려가 있긴 있습니다만, 공격에만 한정돼있습니다.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알아서 총알을 발사하는 자동연사, 그리고 공격 버튼을 누르고 있지 않을 때 알아서 차지샷을 모아주는 오토 차지 기능이 전부죠.

원작에서는 실수하면 자기자신를 탓할 수 밖에 없지만, 록맨 모바일에서는 게임을 탓하게 됩니다. 그리고 내 잘못도 아닌 것 때문에 해당 구간을 다시 해야한다는 것에 대해 불합리함도 느낄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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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S 버전은 패드 지원도 하지 않기 때문에, 하고 싶다면 가상패드로만 클리어 해야합니다. 아니면 이런 거라도 붙여서 해야죠.>



여담이지만, 이식의 방향성도 종잡을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1~2에서는 없던 연출 스킵 버튼이 3~6에서는 등장한다거나, 원작에서는 시리즈 공통이었던 화면 전환 연출이 없는 이식작이 있기도 하죠. 심지어 각 시리즈마다 프레임 드랍 정도도 다릅니다.

무슨 생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든 걸까요? 개발자의 머릿 속이 궁금해지는 게임은 오랜만입니다. 안 좋은 쪽으로 말이죠.


록맨 30주년의 막을...이렇게 열 줄이야
록맨 모바일은 너무나도 안일하게 만들어진 게임입니다. 원작에 못 미치는 퀄리티에 추가 요소도 일절 없다니… ‘클래식 시리즈가 팔리네? 대충 만들어도 사주겠지?’라고 생각하는 캡콤이 눈에 선합니다.

이런 모자란 이식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습니다. 스마트폰 성능으로 록맨 클래식 시리즈를 그대로 구현하지 못할 리가 없으니까요. 원작 재현에 현재 록맨 모바일의 밸런스 조정 요소를 더해도 모자라지 않았을 겁니다.

<심지어 피처폰으로 나왔던 록맨은 퀄리티는 부족했지만, 클리어하면 ‘롤짱’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모드를 넣는 성의라도 보였습니다. 아니 그것보다 이거 인터페이스랑 움직임이 록맨 모바일이랑 비슷하네요. 캡콤 이놈들!!>


록맨 모바일 어디에도 30주년 기념작이란 이야기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30주년을 여는 시점에 이런 퀄리티의 이식작이 나왔다는 건 용서가 안됩니다. 하...

일단 저는 또 속았습니다.
여러분은 속지 마시길 바라며 리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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