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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바닥에서 오랜 시간 다양한 게임을 하다 보니 이제는 어지간히 짜증나거나 못 만든 게임도 꾹 참고 ‘일단 해 볼 수는 있는’ 인내력이 생겼다. 구체적인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정말 더럽게 못 만들었네’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는 그런 게임도 꾹 참고 한 다음 그럭저럭 리뷰를 써왔었다.


하지만 이번 게임만큼은 그런 인내심조차 발휘하기 어려웠다. 이미 조짐은 여러 곳에서 보였다. 1차 테스트를 경험한 게이머가 내게 건넨 준엄한 ‘경고’, 게임 내용 소개는 뒷전이고 게이머에게 과거 체험했던 인기작의 이야기만을 늘어놓게 하는 인터뷰 등. 모든 직감이 경보를 울려대고 있었다.


믿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도 그들이 말하는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설마 그 추억마저 짓밟혔을까, 그래도 CBT인데 참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바닥 밑에는 바닥이 있는 법이다. 그렇게 추억을 팔아 대더니, 진짜로 게임도 ‘시간여행’을 하고 있었다. 지난 9월 18일부터 22일까지 진행 된 소프트맥스의 ‘창세기전4’ 2차 비공개 테스트는 이렇게 나의 추억을 능멸했다.


이거 첫 인상부터가…
MMORPG는 그래픽을 보고 첫 인상을 받는다. 게임에 접속한 순간 받은 느낌을 한 줄로 말하면 정말 지독하게도 '촌스럽다'는 인상이었다. 이게 진정 2015년 신작이라고 기대를 받고 있는 게임의 그래픽이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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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이 잘못된 줄 알았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창세기전4’의 그래픽은 예쁜 캐릭터도, 멋진 풍경도, 캐릭터와 배경의 조화도 뭐 하나 없는 그래픽이다. 웬만해선 넘어가겠는데 이건 한 마디로 시대착오적이다. 모바일 게임과 비슷하다면 조금 과한 이야기고, 정확히 말해 양산형 중국 MMORPG과 거의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파이널판타지14’, ‘문명 온라인’, ‘블레스’ 등 쟁쟁한 경쟁자들에 비해 ‘창세기전4’의 그래픽은 너무 낡았다.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온다. 내 컴퓨터가 사양이 낮아서 찰흙 그래픽이 나온 것도 아니다. ‘창세기전4’에서 설정할 수 있는 최고 레벨의 그래픽 옵션을 설정했는데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그래픽 품질이 나를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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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게임 내에서 줄 수 있는 모든 그래픽 옵션을 켠 상태다>


“그래픽이 게임의 전부냐!”라고 반문할 사람도 있다. 하지만 게임의 첫 인상은 그래픽 수준이 결정한다. 그게 현실이다. 어지간하면 게이머는 멋진 그래픽을 보여주는 게임에 더 오래 남아 있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 점에 있어서 ‘창세기전4’는 수준 미달이다. 내 캐릭터는 ‘오징어’고, 배경은 캐릭터와 따로 놀고, 전체적으로 우중충하고 촌스러운 느낌의 그래픽이 게이머를 반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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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인물과 배경이 따로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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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2015년 MMORPG의 커스터마이징이라니 '오징어'외에는 설명할 말이 없다.>


게임 자체의 그래픽이 이 모양이다 보니 게임 중간에 볼 수 있는 컷씬도 별 감흥이 없다. 잘 쳐줘야 그저 그런 인물 모습에, 바스트 모핑 조차 적용되어 있지 않은 뻣뻣한 모션, 전반적으로 엉성한 그래픽을 싸구려 티 나는 폭발이나 광원 효과로 때우려고 하니 눈길이 가지 않는다.


첫 인상도 그다지 좋지 않은데, 본격적인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에 들어가면 더욱 황당해진다. 아바타 생성에서 게이머가 고를 수 있는 옵션도 거의 없고, 아무리 옵션을 골라봐야 전부 ‘오징어’다. 머리 모양 몇 가지, 얼굴 모양 몇 가지 해 놓은 게 전부다. 아무래도 ‘창세기전4’를 만든 분들은 최근 MMORPG의 트렌드가 뭔지 잘 모르는 것 같다.


전투로 고통받아라!
일단 참고 본격적으로 ‘창세기전4’ 게임을 시작했다. ‘창세기전4’는 다른 MMORPG와는 좀 다른 전투방식이다. ‘아르카나’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여러 캐릭터를 한 단위로 묶어 진영을 갖추고 필드를 돌아다니다 전투를 하는 방식이다.


적을 만났다면 ‘F’키를 눌러 대상에게 기본 공격을 가하고, ‘G’키를 누르면 게이머의 캐릭터 옆으로 후퇴한다. 숫자키로 각 구성원의 ‘필살기’를 사용할 수 있으며, 펑션키를 이용해 개별 캐릭터에게 이동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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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만 들으면 재미있을 것 같지만 ‘창세기전4’의 전투 시스템이 썩 재미있는 시스템은 아니다. 이 시스템은 잡다한 몬스터를 상대할 때는 별 문제가 없다. 그냥 F키 눌러서 공격하고 숫자키 눌러서 스킬 쓰면 된다. 캐릭터 숫자만 많다 뿐이지 평범한 MMORPG와 크게 다를 것도 없다.


문제는 광역기를 사용하는 적을 만났을 때 매우 짜증나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점이다. F키를 누르면 내 캐릭터를 포함해 최대 5명이 적을 알아서 둘러싸고 공격을 가한다. 여기까지는 좋다. 문제는 그렇게 두들겨 패고 있는 적이 광역기를 사용하면 이걸 제대로 피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고통스러울 정도로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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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횽이 5초 준다. 지금부터 5초내에 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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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지금부터 광역기를 쓸 건데 피해보시죠? 아, 아르카나가 이미 전멸했구나 깔깔깔>


적을 발견했을 때 공격하라는 명령은 아주 잘 듣는데, 이것들이 전투에만 들어가면 전투에 눈이 뒤집히는지 내 명령을 잘 듣지 않는다. 적이 광역기를 뿌릴 것 같으면 ‘G’키를 눌러서 전투를 중단하고 범위에서 빠져나오라고 명령해도, 명령도 잘 듣지 않고 돌아 나오다가 또 적을 공격하려 하다가 광역기에 맞아 눕는다.


적이 광역기를 쓸 것 같으면 즉시 적에게서 최대한 빠른 속도로 도망가면서 G키를 연타하거나, 캐릭터마다 펑션키를 이용해 광역기 범위 내에서 수동으로 빼내야 한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광역기에 얻어맞고 한 둘은 반드시 눕는다. 몬스터가 광역기를 이제 쓸 것이니 피하라는 식으로 친절하게 범위가 표시되고, 스킬 시전이 표시되어도 이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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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 전투라는 면도 짜증이 더해진다. 아군이 뭉쳐서 돌아다니므로 적도 당연히 뭉쳐져서 나오는데, 그렇게 뒤엉켜 싸우다 보면 도대체 누가 누굴 치고 있는지 구분할 수 없을 때가 많다. 스킬 이펙트도 엉성해서 내가 스킬 사용을 명령해도 얘가 스킬을 쓰는지 평타를 때리는 건지 전혀 느낌이 오지 않는다. 이게 1차 테스트에서 ‘개선된’ 전투 시스템이라니 1차 베타테스트에서 게이머가 얼마나 고통을 겪었을 지 상상도 가지 않는다.


초난감 인터페이스
‘창세기전4’를 하는 게이머에게 고통을 주는 요소가 또 하나 있다. 바로 인터페이스다. 기본 인터페이스부터가 ‘나는 너희들에게 고통을 주겠다’는 느낌이 풀풀 난다. MMORPG에서 필수 적인 여러 기능을 맨 위에 묶어서 일렬로 배치해 놨는데 전체 화면 크기에 비해 아이콘은 너무 작고, 이게 뭔 기능인지 한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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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황당했던 부분은 게임 내에서 우편이 오면 알림 아이콘이 오는게 아니라, 평소 메뉴에는 아예 우편 아이콘이 없다가 우편이 오면 아이콘이 생기는 점이었다. 그것도 다른 아이콘이랑 똑 같은 디자인으로. 이러다 보니 게임 내에서 우편이 왔는지 아닌지 알아차리기가 어렵다. ‘아르카나’ 메뉴에는 빨간색 ‘N’ 아이콘을 붙여 새로운 정보가 있다는 걸 꼬박꼬박 알려준다는 걸 생각하면 더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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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가 우편물이 없을때. 아래가 우편물이 있을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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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난감 인터페이스의 절정, 영자 조합기>


게임 내에서 아르카나를 획득할 수 있는 ‘영자 조합기’ 시스템은 ‘창세기전4’가 보여준 초 난감 한 인터페이스의 절정이었다. 이 시스템은 ‘영자 조각’ 이라는 재료를 넣어서 ‘아르카나’를 뽑는 일종의 가챠 시스템이다. 기본 수백개는 넣어야 쓸만한 아르카나가 나오는데, 재료를 여러 개 넣을 수 있는 옵션이나 직접 숫자키로 재료의 양을 지정해 줄 수 있는 옵션이 없었다.


즉, 재료를 넣을 때 마다 +나 – 아이콘을 매 번 마우스로 클릭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나마 나중에야 안 사실은 +나 –아이콘을 마우스로 ‘꾹’ 누르고 있으면 재료가 많이 투입되는 방식이었다. 10개 100개 단위 버튼을 만들어 놓든가, 숫자키로 직접 입력하게 한다는 생각은 왜 없었을까? 이런 이상한 인터페이스를 게임에 집어 넣고, ‘테스트 버전’이라고 변명하는 모습은 더욱 한심했다.


총체적 난국…무엇 하나 재미있는 것이 없다
MMORPG에서 재미란 무엇인가? 내 캐릭터의 성장에서 오는 기쁨, 아이템 획득, 강화,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 등등 사람마다 관점이 다르다. 하지만 ‘창세기전4’는 이 중 무엇 하나 충족하지 못하고 있었다. 캐릭터 레벨 업은 참기 힘들 정도로 느려 터졌고, 퀘스트도 그저 그런 중국 MMORPG에서 볼 수 있는 몬스터 때려잡기나 필드에서 물건 채집 해오기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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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중간의 보라색 꽃이 채집할 대상인데 처음에는 필드에 없는 줄 알았다. 줌을 땡겨야 한다.>


여담으로 이 ‘필드에서 물건 채집해 오기’는 채집할 물건이 원거리에서 잘 보이지 않아 처음에 당황했다. 연두색 풀밭에 아주 조그마한 노란색 마커로 표시되어 있으니 제대로 보일 리가 있나. 가까이 가서 줌을 당겨 봐야 ‘아 이게 채집할 물건이구나’라고 알 수 있었다. 한숨이 나온다.


정리해보자. ‘창세기전4’의 인터페이스는 재앙 그 자체다. MMORPG를 할 때 최대한 기본 설정을 건드리지 않고 한다. 그래야 그 인터페이스가 어떤 기준으로 짜여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창세기전4’의 인터페이스는 초난감 한 수준이다. 물약 단축키를 F6부터 시작하게 만들어 놓은 인터페이스 담당자는 자신이 만든 게임을 해봤는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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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스킬은 1~5로 쓰고 물약은 F6으로 먹으란다. 키보드 안 쓰는 분이 인터페이스 짠 듯 싶다.>


MMORPG의 ‘꽃’이여야 할 전투 역시 짜증 그 자체다. 대형 몬스터의 광역기 한 방에 파티원이 쓸려 나가는데, 아무리 후퇴하라고 호출을 해도 중간에 움찔움찔하다가 광역기에 맞고 저 세상으로 사출된다. 펑션키를 이용한 정교한 캐릭터 컨트롤? 그거 아마 천수관음이면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지금 MMORPG ‘창세기전4’를 하는거지 ‘스타크래프트2’ 래더 매치를 하는게 아니다. 오락실에 가서 리듬게임을 해도 이렇게까지 고통스럽지 않다. 이봐요, ‘창세기전4’는 MMORPG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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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전투가 고통스러워서 등급 높은 ‘아르카나’를 좀 뽑아보려고 했더니, 그 놈의 확률도 나를 고통스럽게 한다. 큰 맘 먹고 영자 조각 수 백 개를 쑤셔 넣었는데 레어가 딱 뜬다. 오른쪽에 대놓고 등급 확률이 나오는데, 영자 조각을 모두 합쳐 한 4000개 넣으면 에픽 아르카나의 확률이 10%쯤 된다고 나온다. 가진 영자 조각을 다 들이 부었는데 에픽 한 장 안 나오는 걸 보고 바로 포기했다.


끝으로 첫 날과 둘째 날을 제외하면 오후 2시부터 오후 11시까지라는 애매한 테스트 시간은 누구 아이디어인지 진심으로 궁금했다. 주말에는 그렇다 치고, 평일에 일하고 집에 늦게 돌아오는 직장인은 테스트 하지 말라는 뜻인가? ‘무정지 연속테스트’라는 말을 선전하길래 ‘오, 그래도 주말에는 꼬박 할 수 있나?’라고 생각했더니 금요일부터 토요일 연속 테스트란다. 할 말을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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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한 45분마다 한 번씩 이런 오류를 내뿜으며 튕겨서 나를 매우 즐겁게 해 주었다. 게임 과몰입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창세기전4'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추억은 그만 팔고, 오늘을 살아가 주세요
‘창세기전4’의 두 번째 베타테스트는 정말 고통 그 자체였다. 게다가 이게 첫 베타테스트보다 ‘크게’ 개선되었다고 하니 첫 베타테스트는 전성기의 ‘남산’을 능가하는 고문실이었을 것이다. 형편없는 그래픽, 엉망인 인터페이스, 짜증나는 전투 시스템까지 ‘창세기전4’은 전방위로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화창한 주말 오후 내내 이런 ‘창세기전4’에 매달려 노가다를 하고 있다 보니 도대체 내가 왜 이 짓을 하는가 하는 회의감이 일기 시작했다. 그저 그런 퀘스트를 그저 그런 전투를 반복하며 하고 있다 보니 점점 졸음이 오기 시작했다. 화가 났다. “나 게임 리뷰 그만둘래!” 나는 그렇게 ‘창세기전4’에서 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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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편견이 하나 있다. 과거의 추억을 열심히 강조하는 게임은 대부분 얼간이 같은 게임이라는 것이다. 이런 게임은 대부분 추억이 만병통치약인 줄 아는 건방진 게임들이었다. 추억 속 게임은 과거의 게임이고, 지금 나오는 게임은 2015년 오늘을 살아가는 게임이다. 추억이 지저분한 그래픽을 메꿔주고, 형편없는 전투를 재미있게 만들고, 인터페이스를 아름답게 만들어주진 않는다.


‘창세기전4’도 내가 가진 편견을 깨진 못했다. 지금 창세기전4의 모습에서 ‘창세기전’이라는 이름을 빼면 도대체 무엇이 남는가? ‘창세기전4’는 2015년 지금을 살아가야 하는 게임이다. ‘창세기전4’가 최소한 MMORPG로 나온다면 목표로 삼아야 할 게이머는 한 20년 전에 ‘창세기전’ 패키지를 끌어안고 기뻐했던 아저씨들이 아니다.


지금의 ‘창세기전4’는 무언가 방향이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어 있다. 다양한 MMORPG를 즐기는 눈 높은 게이머에게 현재의 ‘창세기전4’는 매력이 있을까? 창세기전을 모르는 조카에게 권해주면 조카가 해보고 ‘와 정말 재미있네! 삼촌 고마워요!’라고 답할 게임일까? 정말 MMORPG로 성공하고 싶다면 ‘창세기전4’는 추억팔이를 접고, 그런 물음에 진정 대답할 수 있는 내실이 튼튼한 게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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