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a Form
NEW메인.png


글: 전투공병K



내가 ‘아제라’를 발견한 것은 우연이었다. 평소 같으면 그저 그런 양산형 MMORPG겠거니 생각해 눈길도 안 주었겠지만, 온라인게임이 워낙 희귀한 지금 신작 MMORPG란 타이틀 자체만으로도 인정 받을 만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게임을 받으려고 들어가본 ‘아제라’ 홈페이지의 게임 로고와 게임 설명부터가 달랐다. 홈페이지에 대문짝만하게 붙어있는 동물귀 달린 캐릭터가 낯설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어디서 많이 본 느낌이 들었다. 지뢰 탐색의 본능이 나를 이끌기 시작했다. 유감스럽게도 그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Azera001.jpg

<잘 보면 폰트도 어떤 게임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


Azera002.jpg

<음…RF온라인의 냄새가…>



어디서 많이 본…혹시?
‘아제라’는 팀버게임즈에서 제작하고 스마일게이트가 퍼블리싱하는 MMORPG다. 지난 10월 29일부터 2차 비공개베타테스트를 시작했다. 본래 한정된 참가자를 선발하는 비공개 베타테스트 형태였다가 아무나 참여할 수 있는 형태로 바꿨다. 그것도 뜬금없이.

Azera003.jpg
<어디서 많이 본 컨셉의 캐릭터군요. 우연이겠죠.>

곧바로 ‘아제라’ 클라이언트를 다운로드 받고 실행했다. 순간 기묘한 분위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캐릭터 생성부터가 그렇다. 캐릭터 클래스로 성별과 종족을 나누는 방식이야 낡긴 했지만 전통적인 것이니 그렇다 치자. 하지만 꼬맹이 체형에 동물 귀가 달린 ‘암살자’와 ‘주술사’ 클래스는 테라의 엘린 족종과 너무나 흡사해 보였다. 동물 귀가 달린 꼬맹이 캐릭터라는 것이 누가 특허를 낸 것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Azera004.jpg
<그래픽은 뭐 그냥저냥인데 별로 정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

또 하나 느낀 것은 캐릭터 세부 커스터마이징 없이 미리 정해진 몇 가지 외모만 고를 수 있다는 것이다. 매우 낡은 방식이다. 그래픽 수준은 꽤 나오는 편인데, 왜 정해진 외모만 고를 수 있는 것일까? 아무튼 ‘아제라’의 캐릭터 메이킹 과정에서 느낀 점은 “응? 어디서 많이 본 물건인데?”라는 것이다.


자동이동, 사냥, 자동이동, 사냥
시작하자 마자 넓은 필드가 펼쳐졌다. 조금 과도한 의심일지는 몰라도 이 쓸데없이 눈부신 필드의 색감도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 아, 물론 어디까지나 ‘테라’와 좀 비슷한 느낌이 난다는 의심일 뿐이다. 어디까지나 의심임을 강조하겠다.

Azera005.jpg
<어디서 많이 본 풍경이군요. 우연이겠죠.>

Azera006.jpg
<다짜고짜 퀘스트가 날아온다.>

필드에 내던져진 첫 순간부터 당혹감을 느끼게 된다. 어디로 가야 하나? 필드는 넓은데 맵은 손톱만하다. 어리둥절할 사이도 없이 느닷없이 퀘스트가 원격으로 날아온다. ‘아제라’에서 맵을 보고 퀘스트를 수행할 사냥터나 NPC를 찾아간다는 건 의미 없는 일이다. 기본 화면에 있는 손톱만한 맵은 NPC를 찾아가는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Azera007.jpg
<알아서 다 됩니다.>

답은 자동이동에 있다. ‘아제라’는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자동이동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퀘스트에서 강조된 부분을 클릭하면 알아서 목적지까지 이동하고 해결하면 다음 퀘스트가 또 원격으로 날아온다. 아예 게임의 동선 자체가 자동이동을 기준으로 짜여있다. 광활한 필드에서 어디선가 원격으로 날아오는 퀘스트를 묵묵히 수행해야 한다. 필드의 NPC는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끊임없이 원격으로 날아오는 퀘스트는 솔직히 재미없다. 대부분 몬스터를 몇 마리 잡고 다음 지역으로 이동하는 단순반복의 연속이다. 스토리는 장식품에 불과하다. 퀘스트 창에선 NPC와의 대화 내용이 접혀있는 채로 표시된다. 대화 내용을 보고 싶으면 ‘더 보기’를 클릭하면 된다. NPC와의 상호작용이나 컷씬 하나 없는 글을 그냥 알아서 읽어야 한다. 물론 그걸 읽을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Azera008.jpg
<퀘스트 스토리는 절대 읽지 말라는 배려가 느껴진다>

Azera009.jpg
<때려잡고 또 때려잡고>

원격으로 퀘스트를 받고 자동이동으로 이동해서 사냥을 하고, 또 원격으로 퀘스트를 받고… 이것이 ‘아제라’의 게임 방식이다. 솔직히 편하긴 하다. 자동으로 이동해주니 가서 사냥만 대충하면 된다. 심지어 몬스터도 랜덤 리젠이 아니다. 한 번 나왔던 자리에서 그대로 리젠되니 짱박혀서 마우스 클릭만 된다. 한 손으로는 라면을 먹으며 진행 가능하다.


어디서 본 온갖 요소가 부자연스럽게 뭉쳐 있는 느낌
그래도 MMORPG의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서 ‘아제라’에는 온갖 MMORPG의 요소를 짜깁기 했다. 펫도 있고, 마갑기라고 해서 탑승 및 공격이 가능한 특수무장도 있다. 탈것도 쌔끈한(?) 바이크 비슷한 물건을 제공해준다. 특수한 무기를 들면 주기적으로 각성 비슷한 상태로 변신해 좀 더 강력한 대미지를 낼 수 있다.

Azera010.jpg
<본성의 모습. 쓸데없이 넓다.>

Azera011.jpg
<마갑기의 모습. 이건 대체…>

Azera012.jpg
<국가간 RvR이라 할 수 있는 점령전. 이 정도면 MMORPG가 아니라 무슨 건ㅇ게임하는 기분이다.>

PvP 콘텐츠도 여러 가지가 있다. ‘공성전’, ‘100vs100 대전’, ‘점령전’ 등 다양한 RvR 모드에 주기적으로 입장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3개 국가로 세력이 분리되어 있어 적 국가 지역으로 넘어가 뒷치기를 감행할 수도 있다. 강화도 당연히 있다.

Azera013.jpg

<충격과 공포의 정령탄>


Azera014.jpg
<전투는 진짜 별 거 없는 ‘리니지2’ 방식>

‘아제라’의 기본적인 분위기는 ‘테라’와 비슷하다. 전투 시스템은 ‘리니지2’와 똑같다(심지어 정탄도 있다!). 퀘스트 수행 방식은 영락없는 중국산 양산형 MMORPG 방식이다. 어디선가 본듯한 국왕 선출 시스템도 끼어 있다. 탑승 가능 한 로봇(?)인 마갑기를 보면 ‘RF온라인’의 냄새가 짙게 난다.

좋게 말하면 ‘아제라’라는 게임은 ‘여러 MMORPG를 충실히 벤치마킹 한’ 게임이고, 나쁘게 말하면 ‘유명 MMORPG를 어설프게 모방한 잡탕’ 게임이다. 아쉽게도 필자는 후자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모방한’ 요소들이 게임의 분위기와 맞물려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맛없는 결혼식장 뷔페 MMORPG
요즘 MMORPG가 많이 죽었다고들 이야기한다. 그래도 아직 MMORPG에 도전하는 회사들은 많다. 하지만 도전자의 수준은 확실히 예전만 못하다. 새로 등장하는 MMORPG라 함은 둘 중 하나다. 중국산 MMORPG를 가져와서 대충 퍼블리싱 하거나, 그래도 성의를 보인다고 ‘아제라’ 처럼 잡다한 시스템을 모방하는 방식이다.

이런 류의 게임들은 대부분 3~40대 아저씨들을 타깃으로 한다. 툭하면 신용카드 꺼내서 긁어버리는 엄청난 구매력의 아저씨를 노리고 나온 게임이라는 뜻이다. ‘아제라’도 마찬가지다. 여러 매체를 통해 대놓고 ‘아저씨를 위한 MMORPG’라 이야기하고 있다.

Azera015.jpg
<그래 뭐 이 정도면…>

인정한다. 아저씨들이 좋아할 요소가 많긴 하다. 적당히 빵빵하고 예쁜 여자캐릭터, 정치시스템, 강화로또(!), 10년 전 게임을 연상케 하는 전투시스템, 쟁 좋아하는 취향을 반영한 다양한 RvR, 그리고 자동이동. 시궁창 수준의 그래픽을 자랑하는 중국산 MMORPG보단 깔끔하니 말 그대로 ‘아저씨’ 입맛에 딱 맞을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아제라’에는 근본적인 철학이 없다. 아무리 아저씨를 위한 게임이라고 게임을 관통하는 철학(?) 정도는 있어야 하는 법이다. ‘아제라’는 그게 없다. 그냥 적당한 게임의 요소가 보이면 모두 잡아다가 섞어놓은 수준이다. 온갖 산해진미는 다 끌어 모았어도 먹고 나면 속이 더부룩한 결혼식장 뷔페 수준이다. 보기엔 그럴 듯 한데 재미가 하나도 없다.

게이머는 자동 이동 눌러놓고 딴짓하다가 도착하면 몹을 때려잡는 하나의 기계가 된다. 스토리의 감동도 레벨업의 기쁨도 없다. 숫자만 올라갈 뿐, 레벨업에 대한 보람은 없다. ‘아제라’를 하면서 게임종료에 마우스 커서가 간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재미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아볼 수가 없다. 이건 재미의 차원을 뛰어넘어 스스로에게 “나는 왜 게임을 하는가?”라는 철학적인 질문까지 던지게 만든다.

Azera016.jpg
<나는 기계다>

아저씨 게임의 실상은 그래서 끔찍하다. 지갑 열어주는 아저씨라는 가상의 게이머를 상정하고 그럴 듯 한 외모의 뷔페를 차려놓는다. 성장의 기쁨, 장비 획득의 즐거움, 그 놈의 지겨운 ‘쟁’까지 다 몰아넣는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면 며칠 묵어 바싹 말라있는 음식만 남아있는 꼴이다.

‘아제라’만 잘못했다고 이야기하고 싶진 않다. 그냥 내가 ‘아제라’를 우연히 발견했을 뿐이다. 10년전 ‘리니지2’ 수준만도 못한 전투 시스템을 바탕으로 발로 쓴 스토리와 엉망인 퀘스트에 대충 자동이동과 자동사냥 넣어두고 이것저것 엉성하게 묶어놓은 게임은 한 해 동안 연병장을 가득 채울 정도로 나온다.

이게 과연 게임으로서 어떠한 재미를 주는 것인가? 어디서 본듯한 요소를 몽땅 모아 지갑 열어주는 호갱 아저씨 잡을 현질 거리를 잔뜩 쑤셔 넣으면 된다는 것이 2014년 신작 MMORPG의 현실이고 당당한 자랑거리라니. 그것도 매년 엄청난 매출을 올리는 굴지의 게임회사 스마일게이트의 작품이란다. 그래서 게임종료를 누르는 내 손이 더 씁쓸하다.


댓글 3
?
아온라인해본사람
14.11.11
이회사 게임은 안하는게 좋음.
profile
어디서 많이 본 캐릭터 외형 변경 창이네요
마x노x 영x전 이라던가 x비x기 x웅x 이라던가..
?
소년진화론
15.04.15
내가보기엔 테라 통채로 베낀느낌이 너무 강함
캐릭터/그래픽자체도 똑같다고 말해도 될 정도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1 - 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