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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한 해 동안, 게이머를 가장 화나게 했던 게임을 꼽으라면 나는 ‘심시티’를 꼽고 싶다. 20년 넘는 세월 동안 이어져 온 ‘심시티’ 시리즈를 뒤엎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며 시리즈 번호까지 떼버렸지만, 그 결과는 유래 없는 대재앙이었다.

 


<2013년, 게이머를 가장 화나게 한 게임 중 하나>

 
‘심시티’ 발매 초기의 서버 문제는 서곡에 불과했다. 심시골(맵이 너무 협소해서 만들 수 있는 도시가 ‘시골’수준)이라는 조롱을 받을 정도로 줄어버린 게임의 스케일과, 스케일도 작은 주제에 무엇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 없는 엉망진창인 게임 엔진은 정말 참담한 결과물이었다.


대부분의 ‘심시티’팬들은 EA 맥시스가 내놓은 ‘심시티’에 충격을 받았다. EA의 간부가 나서서 사과를 하고, 무료 게임까지 지급하는 촌극을 벌였지만 이미 엉망이 되어버린 ‘심시티’는 누구도 수습할 수 없었다.


'심시티' 사태 후 1년이 지났다. ‘심시티’의 참담한 모습에 게이머들은 분노했지만, 그래도 또 한 번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20년 넘는 역사와 전통을 이어온 EA 맥시스의 이름을 다시 한 번 믿었다. 맥시스의 또 다른 걸작인 ‘심즈’ 시리즈의 최신작 ‘심즈4’의 출시를 말이다. '심즈4'는 심시티의 재앙을 한방에 날려보내줄 구원투수로 기대를 모았다. 마침내 2014년 9월, ‘심즈4’가 발매되었다. 게이머들은, 그리고 나는 또 다시 분노할 것인가? 추석 연휴 기간을 투자해 살펴보았다.

 


<5년만에 돌아온 ‘심즈4’>

 
5년만의 귀환, 깔끔해진 외모
전작인 ‘심즈3’이후 5년만에 새로 나온 시리즈인 만큼, ‘심즈4’는 외형만큼은 크게 신경 쓴 모습이다. 마분지 같은 ‘심즈3’의 그래픽에 비하면 ‘심즈4’의 그래픽은 전반적으로 산뜻하고 코믹한 분위기의 ‘카툰’(Cartoon) 스타일로 바뀌었다. ‘심즈3’과 비교하면 확실히 ‘심즈3’이 오징어로 느껴지는 깔끔한 모습이다.

 


<오오…인간여캐…오오…>

 


<양키센스가 좀 느껴지긴 한다.>

 
‘심즈’ 시리즈의 알파이자 오메가라 할 수 있는 캐릭터 커스터마이징도 깔끔해졌다. 카툰 스타일의 그래픽 상 끝내주는 미소년이나 미소녀를 만들기 어렵다는(?) 한계는 있지만, 심의 얼굴을 마우스로 살짝 잡아당겨 이목구비를 세세하게 조절하는 방식은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에 오랜 시간을 보내게 만든다. 여기에 심의 걸음걸이까지 다양하게 지정해 줄 수 있어서, 좀 더 인간적이고 다양한 캐릭터를 연출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다.

 


<이 상태에서 마우스 드래그로 세세한 외형을 조절할 수 있다.>

 


<머리모양이 썩 많진 않다. 어른의 경우 24가지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허나, 심을 만드는 단계에서 불길함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분명 ‘심즈3’ 이후 5년만에 나오는 신작인데, 피부/머리카락의 색깔이나 머리 모양의 종류가 생각처럼 많지 않았다. ‘심즈4’는 카툰 스타일의 그래픽인데, 정작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에 트윈테일 같은 만화스러운 머리 모양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색깔 역시, ‘심즈3’처럼 팔레트로 다양한 색을 지정해줄 수 없다. 미리 정해져 있는 몇 가지 색깔만 선택 가능할 뿐이다.

 
울고 웃는 심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감성게임
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하면, ‘심즈4’의 새로운 인터페이스가 게이머를 맞이한다. ‘심즈4’에서 심의 감정은 게임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예전에는 수많은 정보 중 하나로 표시되었던 심의 표정은, ‘심즈4’에서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내가 만든 심이 느끼는 감정과 원하는 것을 화면에 큼지막하게 보여준다.>

 


<에헤헿 에헤헤헤헿>

 
자신이 만든 심이 울고 웃고 찡그리는 모습이 게임 화면 좌측 하단에 큼지막하게 표시된다. 심이 무엇을 하고 싶어하고, 무엇 때문에 그런 감정을 갖고 있는지 잘 드러내준다. 마치 심의 마음을 게이머가 느껴보라는 식으로 배치되어 있는 게임 화면이다.

 


<소위 말하는 ‘삘받은’ 상태>

 


<샤워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도 감정이 달라진다.>

 
예를 들면 샤워 하나를 해도, 느긋하게 생각을 하면서 샤워를 하느냐 아니면 뜨거운 물로 촉촉하게 샤워를 하느냐에 따라 심의 감정이 바뀌며 인터페이스 상에서 바로 알 수 있게 되어 있다. 친구 심에게 감정을 표현할 때도 심 자신의 성격에 기반해 훨씬 더 풍부한 감정표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심지어 상대방의 성향에 따라서 심의 감정이 변하기도 한다. 더 인간적인 심의 모습을 구현한다는 점에 있어서, ‘심즈4’의 감정 시스템은 정말 마음에 드는 시스템이다.

 
어? 이 기능이 어디갔지?
그러나, ‘심즈4’의 깔끔함에 감탄하며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서서히 실망스러운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분명히 ‘심즈3’의 후속작임에도 불구하고, ‘심즈4’에는 전작에 비해 빠진 부분이 너무나 많다. ‘심즈’ 시리즈의 게임 플레이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직업과 직장만 해도, ‘심즈3’의 다양한 확장팩에서 구현했던 직업들을 다 내다버리고 몇 가지 제한된 직업만을 제시하고 있다.

 


<직업이 몇 가지 없다. 게ㅇ어바웃에 글을 쓰는 노예…아니 직업을 골랐다.>

 


<직장에 있을 때 고를 수 있는 메뉴…버그로 하나가 설명에 있어야 할 것이 버튼 명칭으로 통째로 들어가있다.>

 
게다가 이제는 직장 동료고 뭐고 없고 심이 출근하면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다가 심이 퇴근하면 그제서야 뭘 해볼 수 있는 방식이다. 직장 생활 태도를 바꿀 수 있고 시간 중간에 간단한 이벤트가 등장하거나, 심의 감정이 변화하는 요소가 들어가 있지만 확실히 재미없어진 부분이다.


이런 식으로 빠진 요소가 ‘심즈4’에는 한가득이다. 심을 빠뜨려 죽이는 재미가 있던(?) 수영장도 엔진의 한계 때문에 사라졌고, 심이 죽으면 간간히 나타나던 유령도 이제 나타나지 않는다. (사신은 나타난다.) 직장에 다녀올 때는 그냥 순간이동으로 출근했다가 순간이동으로 돌아온다.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에서 이미 예상했던 바지만, 아이템이나 의상의 색깔을 자유롭게 바꿀 수도 없다. 몇 가지 정해진 색깔 중에서 하나를 골라야 한다.

 


<안녕?>

 
다른 심 가족이 알아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관음증적(?) 재미가 있던 스토리 모드도 완전히 사라졌다. 물론 심 가족은 ‘겉보기’에는 여전히 있지만, 이 심 가족이 나를 초대하거나 심 가족이 알아서 다른 심과 만나서 일족을 넓혀가는 일은 이제 볼 수 없다. 그냥 죽으면 땡이고 새 심 가족이 이사 오는 방식이다. 오픈월드 방식이었던 전작과 달리, 부지를 이동할 때 마다 로딩을 하는 것도 은근한 스트레스다.

 
겉은 깔끔해졌지만, 속은 부실? EA의 실수는 반복된다
‘심즈4’의 이런 행보는 ‘심시티’ 사태의 재림을 연상케 한다. 겉은 깔끔해졌지만, 속은 부실한 느낌이다. 서버 폭발로 어그로를 끌었던 ‘심시티’ 만큼은 아니지만, ‘심즈4’ 역시 많은 기능이 사라지거나 부실하게 변함에 따라 게이머들의 분노가 하늘을 뚫을 기세다. 한 예로, 해외 비평 사이트인 ‘메타크리틱’의 게이머 평점을 보면 ‘심즈4’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대다수다. 앞서 언급했듯, ‘심즈3’에 멀쩡히 있던 기능이 사라진 것에 대한 불만들이다.

 


<게이머 평점이 아주 바닥을 뚫을 기세다>

 
나 역시 메타크리틱에 분노에 차 의견을 남긴 게이머들에게 동감한다. ‘심즈4’를 설치하고 처음 실행했을 때 깔끔해진 외견을 보고 ‘심즈3 오리지널만큼만 해도 대박이겠는데?’라는 생각을 했었다. 생각해보니 ‘심시티’를 켰을 때도 똑같은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심시티4 오리지널만큼만 해도 대박이겠는데?’라고. 그러나 막상 ‘심즈4’를 계속 해보니 ‘XX, EA에게 또 속았네’라는 생각만 남는다. 솔직히 '심즈4'를 '심시티'와 동급으로 취급할 정도까진 아니겠지만, 자꾸 ‘심시티의 재림이다.’라는 생각도 든다.

 


<웃긴 것은, 외형은 더 캐주얼해졌는데 게임은 더 빡빡해졌다는 점이다. 이제 직장에서 승진하려면 집에 와서 자기계발을 해야 한다.>

 


<컴퓨터가 고장 나면 블루스크린이 표시된다. 이런 건 또 세심하게 해놨다.>

 


<그래도 직업이 작가라고 이렇게 단편을 쓸 수 있는데, 제목하고 설명도 정해줄 수 있다.>

 
'심즈4'의 깔끔해진 외형, 캐릭터 커스터마이징과 감정 시스템은 칭찬받을만한 부분이고 그래도 재미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존에 게이머들이 즐겼던 부분을 이런 저런 핑계를 대가며 빼버리고 반토막 내면 게이머들은 무어라 생각하겠는가?


‘심즈’라는 시리즈 최신작이라면 마땅히 게이머들이 기대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심즈4’는 그 부분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심즈'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 아닌, '심즈' 시리즈를 이미 즐겨본 게이머라면 많은 부분이 실망스럽다. '심즈4'에서는 깔끔한 그래픽, 정돈된 인터페이스를 대가로, 게이머들이 좋아했던 많은 소소한 즐길거리가 사라져버렸다.


정식 후속작이라고 꼭 새로운 것을 넣으라는 말이 아니다. 다만, 후속작이라면 최소한 기존에 있던 부분이라도 빼먹진 말아야 하는 것 아닐까? 스케일을 대폭 줄이고 엔진도 엉망이었던 ‘심시티’에 비하면 ‘심즈4’는 그래도 양반이지만, 아무래도 EA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길 즐기는 모양이다.

 


<여자 심 셋이 모이면 수다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다양한 도전과제가 마련되어 있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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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ndn****
16.07.10
월드사라진뒤로 재미요소 많이줄었고 수명시스템 없앤이후로 시간지나면 노인월드가되는 심즈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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