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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9일 한국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벽람항로’는 제2차 세계대전 시기 각국의 전함을 미소녀로 의인화 한 캐릭터를 수집하는 모바일 게임이다. 게임의 바탕 자체는 여타 ‘컬렉션’ 류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매력적인 캐릭터와 과금구조를 앞세워 해외에서 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 ‘벽람항로’가 ‘소녀전선’과 ‘붕괴3rd’에 이어 다시 한 번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한국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벽람항로’를 체험해 보았다.

 


이번에는…바다다!
벽람항로는 컬렉션 게임의 선배라 할 수 있는 ‘함대컬렉션’이나 ‘소녀전선’의 게임 구도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기본적인 게임 구조 자체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하다. 나만의 함대를 꾸려 해역에 출격하고, 전투에서 승리해 다양한 함선과 장비를 수집한다. 컬렉션 게임의 이 간단한 공식이 사실 벽람항로의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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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기본적인 구조는 함대를 꾸려 해역에 출격해 적들의 명치를 세게 친 다음 함선이나 아이템을 얻는게 전부다.

 

 

이전까지 컬렉션 게임을 접해보지 않았다면 이런 단순한 구조에서 무슨 재미를 얻는다는 것인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벽람항로의 다른 한 축은 다양한 미소녀 캐릭터이다. 실존하는 함선이 미소녀 캐릭터로 변했다는 게임의 설정을 납득할 수 있다면, 충분히 벽람항로를 즐길 수 있다. 간단히 개성 넘치는 다양한 미소녀 캐릭터를 ‘수집’하는 자체가 게임의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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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헤헤...으헿...

 

 

전투에 있어 벽람항로는 여타 컬렉션 게임과 다르게 지루함을 덜려 노력했다. 전투는 실시간 조작을 요구하는 횡스크롤 슈팅 게임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오락실에서 소싯적에 많이 즐겼던 그런 장르다. 그러나 겁먹을 필요는 없다. 오락실 슈팅 게임처럼 단 한 번만 피격되어도 바로 패배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HP 내에서 적당히 맞아가며 전투를 벌이는 여유로운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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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녀 캐릭터와 여유로운 과금 구조로 무장하다
벽람항로는 한국 게임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소녀전선과 많은 부분이 유사하다. 고 퀄리티 미소녀 캐릭터를 게임의 기반으로 하고 있고 아무것도 묻지 않는 과금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전투 방식에 차이가 있을 뿐, 크게는 전투 – 캐릭터 획득 – 스펙 업이라는 컬렉션 게임의 왕도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는 면도 비슷한 점이다.


미소녀 캐릭터라는 면에 있어 ‘소녀전선’은 실존하는 총기를 기반으로 한 미소녀 캐릭터 ‘전술인형’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반면 ‘벽람항로’는 실존했던 거대한 함선 그 자체를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미소녀 캐릭터로 만들었다는 점이 차이다. 현실에서는 차가운 강철의 모습으로 등장했던 각종 함선이, ‘벽람항로’에서는 개성 넘치는 미소녀로 등장한다는 점은 묘한 매력을 불러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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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람항로의 캐릭터는 함선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매력적이지만, 실제 함선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면 더 큰 매력을 준다. 역사상에서 활약했던 함선이 벽람항로에서 어떤 식으로 등장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보는 것도 나름 소소한 재미다. 반대로 벽람항로를 계기로 실제 함선이 어떤 활약을 벌였는지에 대해 찾아보는 게이머도 분명 있을 것이다.


과금 구조를 살펴보면 벽람항로는 현재 모바일 게임 시장의 주류와는 다른 방향을 택하고 있다. 벽람항로도 과금에 대해 아무 말 하지 않는 정책을 택하고 있다. 오히려 과금에 대해 너무 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벽람항로에서 도대체 무엇에 돈을 써야 할지 게이머가 따로 찾아봐야 하는 기현상도 벌어진다. 메뉴에만 들어가면 뭘 사라고 미친 듯이 팝업을 띄우는 모바일 게임들과는 상당히 다른 면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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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점은 있는데, 정작 뭘 사라는 말은 안한다. 추천 아이템 그런 것도 없다.

 


꾸준히 벽람항로를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반드시 과금을 해야만 할 요소는 그리 많지 않다. 기본적으로 ‘군사 의뢰’를 통해 재화 외에 기능성 아이템까지 수급할 수 있다. 그리고 벽람항로의 핵심은 함선 캐릭터의 획득인데, 욕심을 부리지만 않는다면 게임 내에서 수급할 수 있는 재화로 다른 게임의 가챠에 해당하는 ‘건조’ 메뉴를 꾸준히 이용할 수 있다.


벽람항로의 건조 확률은 최고 등급인 SSR이 7%, 그 아래 등급인 SR이 12%로 매우 관대한 편이다. SSR 등급 캐릭터가 꼭 SR 캐릭터에 비해 성능이 좋은 것도 아니고, 오히려 SR 캐릭터나 R 등급의 캐릭터가 좋은 성능을 발휘하는 경우도 흔하다. 대부분의 SR 함선은 전투를 통해 얻을 수 있으며, 확률 자체는 매우 낮지만 최고 등급인 SSR 캐릭터도 특정 해역 클리어 시 획득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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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R이라 좋아보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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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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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반 스토리에서 적으로 나오는 아카기는 벽람항로를 진행하다보면 다른 의미로 이가 갈리게 될 것이다.

 

 

굳이 과금을 하고 싶다면 함선 캐릭터를 보관할 수 있는 도크의 용량이나, 숙소의 훈련 슬롯 개방 정도다. 이조차도 게이머가 조금만 부지런하다면 필수까지는 아니다. 이외에는 함선 캐릭터와 ‘서약’하는 아이템을 유료로 구입해 약간의 성능 향상을 얻을 수 있고, 정말 정말 옵션인 스킨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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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스킨이나 사게 된다

 

 

다만 컬렉션 게임의 특성상, 내가 지금 돈을 질러서라도 당장 특정 캐릭터를 얻어야 한다고 마음을 먹는 순간 과금이 굉장히 가혹 해 진다는 점은 유념해야 한다. 전체 SSR 캐릭터 중 임의의 캐릭터가 건조에서 등장할 확률이 7%라는 것이지, 내가 원하는 캐릭터가 건조에서 등장할 확률은 당연히 그보다 훨씬 낮다. 대개는 허구헌날 ‘샌디에이고’만 나오는 꼴을 보게 될 것이다.

 


매력적이지만, 2% 부족한 벽람항로
벽람항로는 매력적인 게임이지만, 2% 부족한 부분도 있다. 가장 먼저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전반적인 게임의 인터페이스다. 벽람항로를 하면서 어떻게 이렇게까지 인터페이스가 엉망일 수 있는가 하며 놀랐다. 선배인 ‘함대컬렉션’이나 ‘소녀전선’도 난잡한 인터페이스로 지적을 받았는데, 벽람항로에 비하면 선배 게임들은 그야말로 마스터피스다.


쉽게 말해 벽람항로는 전반적인 게임 기능이 전혀 일관되지 않게 배치되어 있다. 기본적인 튜토리얼마저 매우 부실하기 때문에 게이머가 게임에 적응하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엉망진창인 인터페이스를 기반으로 “꼬우면…아시죠?”라는 식이다. 나름 다양한 모바일 게임을 경험했지만, 어지간한 게임이 아니고는 벽람항로만큼 엉망인 인터페이스도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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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람항로의 인터페이스는 겉보기에만 멀쩡해 보이지 실제로는 불편하고 일관성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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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대 편성 순서도 분명 유불리가 있다. 그런데 게임 내에서는 안알랴준다. 따로 찾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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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딩화면 하단에 있는 팁이 그나마 도움이 되지만, 전혀 체감이 되지 않는 팁도 있다.

 

 

튜토리얼이 부실한 건 기본이고, 벽람항로 게임 내에서 필수적인 요소조차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점은 형편없는 인터페이스와 시너지를 이루며 게이머를 더욱 난감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전열, 후열 함대를 기본적으로 어떻게 배치해야 하는가, 함대를 구성할 때 어떤 함종을 어떤 비율로 넣어야 하는가에 대한 정보가 게임 내에서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다. 무조건 따로 인터넷을 찾아봐야 한다.


컬렉션 게임의 약점인 단순한 게임 구조를 극복할 매력적인 컨텐츠가 아직은 많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전투 – 캐릭터 획득 – 스펙 업이라는 단순한 구조를 취하고 있는 만큼, 게이머에게 자극을 주는 ‘소소하지만 재미있는’ 컨텐츠가 필요한데 벽람항로는 이런 것이 부족하다. 당장 3-4 해역 뺑뺑이를 돌아 극히 낮은 확률로 ‘아카기’와 ‘카가’를 얻는 생노가다가 최종 컨텐츠 취급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자극을 줄 만한 PvP 컨텐츠인 ‘연습전’은 완전히 자동으로 진행된다. 덕분에 속 터지는 꼴을 자주 볼 수 있다. 아군 함선들이 쏟아지는 어뢰와 폭격 속으로 예쁘게 걸어 들어가 “나는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며 태업을 벌이거나, 고의로 연습전 상대를 농락하기 위한 특정 조합에 걸리면 전투를 포기하든가 한도 끝도 없이 자동으로 진행되는 ‘삽질’을 멍하니 지켜만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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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서비스 2주도 안됐는데 벌써 고/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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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습전은 완전 자동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켜놓고 멍하니 보고 있어야 한다

 

 

게임의 전반적인 메타가 벌써부터 고정되어 있다는 점도 문제다. ‘엔터프라이즈’나 ‘후드’ 같은 소위 0티어 캐릭터는 엄밀히 말하자면 없다고 게임을 못 하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없으면 확실히 게임 진행의 효율이 떨어진다. 여기에 ‘해역’을 미는데 좋은 함선들과, ‘연습전’에서 상대를 농락하기 좋은 함선이 또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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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아/아/앗

 

 

벽람항로는 분명 매력적인 컬렉션 게임이다. 개성 넘치는 고 퀄리티 미소녀 함선 캐릭터는 단순한 게임 구조에도 불구하고 게이머가 많은 시간을 벽람항로에 쏟도록 만드는 원동력이다. 상대적으로 관대한 과금 구조는 다른 모바일 게임과의 차별점을 부여한다. 게이머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원한다면 정말 약간만 과금해도 충분히 만족을 얻을 수 있도록 게임이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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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아지매가 괜히 '0티어'로 불리는게 아니다.

 

 

하지만 형편없는 인터페이스와 금방 지루해지는 컨텐츠는 벽람항로의 치명적인 약점이다. 인터페이스는 적응하면 된다(?) 쳐도, 순식간에 게임 컨텐츠의 바닥까지 파고드는 ‘토끼공듀’ 게이머들이 넘치는 우리나라에서 컨텐츠의 문제는 중요한 문제다. 다양한 이벤트나 신규 함선 캐릭터 투입, 밸런스 조정을 통해 지루함을 얼마나 빨리 덜 수 있느냐가 장기적인 벽람항로 흥행의 관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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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한 건조의 전형적인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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