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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더 서지’를 리뷰했을 때가 기억난다. ‘다크 소울’의 유행이 만들어낸 정체성 없는 아류작, ‘다크 소울’의 모든 재미를 담아내려다 오히려 모든 문제점만 담아낸 게임, 하면 할수록 감출 수 없는 ‘다크 소울’의 향기만 떠오르는 게임, 기억 속의 ‘더 서지’는 그런 게임이었고 최근에 다시 몇 시간가량을 플레이할 때도 ‘더 서지’는 기억 속의 게임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그리고 2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더 서지’의 후속작 ‘더 서지 2’가 지난 9월 24일 발매되었다. 2년, 후속작을 만들기에 충분하다면 충분한 시간이겠으나, 후속작을 갈아엎기에는 애매한 기간이다. AAA 타이틀을 제작하는 회사에도 오묘한 기간인데, ‘더 서지’의 개발사 덱13 인터렉티브처럼 소규모 게임 제작사에 2년이란 시간은 딱히 충분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더 서지 2’를 플레이하며 확실히 느낀 건, 적어도 덱 13 인터렉티브가 2년의 시간을 허투루 낭비하진 않은 듯하다.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 다크호스를 만들지는 못했으나, 적어도 ‘더 서지’가 어떤 게임인지 알고 있는 게이머라면 과연 같은 개발사인지 의심들 정도의 역량을 보였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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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서지'는 지금 돌이켜봐도 좀 심각하다.
 
일전에 ‘더 서지’를 리뷰했을 때 언급했듯, ‘더 서지’의 근본은 ‘다크 소울 1’에 있으며 거기에 SF 적 느낌을 가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좋게 말하면 개발자들이 ‘다크 소울’을 감명 깊게 플레이한 결과이며 나쁘게 말하면 유행에 편승하려는 작품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게임이다.
 
결론부터 말해서 ‘더 서지 2’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작품도 전작과 다르지 않다. 소울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은 부활 시스템과 레벨 디자인 여기에 특유의 전투 방식은 ‘더 서지 2’에도 여전하다. 그러나 전작과 ‘더 서지 2’의 궁극적인 차이점은 게임의 정체성에서 찾을 수 있다. 전작은 정체성을 찾아보기 힘든 소울 아류작에 불과했으나 ‘더 서지 2’는 적어도 소울류 게임으로 당당히 부를 수 있는 수준으로 작품성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고, ‘다크 소울’과 차별화된 ‘더 서지 2’만의 게임성도 보여주고 있다.
 
▶ The Surge 2 - Launch Trailer /출처: Focus Home Interactive
 
우선 소울류 게임의 핵심이 무엇이고, 근간을 이루는 시스템들을 어떻게 다듬는지에 대한 이해도가 올라간 게 눈에 띈다. 전작에서는 각 시스템과 콘텐츠를 ‘다크 소울’에서 따오기는 했으나, 정작 그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여 결과물이 썩 만족스럽지 못하였다. 예를 들어 적의 공격 패턴을 가늠하여 공격을 회피하고 빈틈을 공략하는 전투방식을 따오기는 했으나, 적의 공격 모션이 지나치게 불합리하고 적과 거리를 벌리기 힘든 레벨 디자인적 구성이 전투의 재미를 해쳤다. 반면 ‘더 서지 2’는 시스템 간의 연결성과 이음새를 많이 다듬어내, 앞서 말한 예시 같은 단점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게임이 매끄러워졌다.
 
장점이 여기까지라면 2년의 시간에 따른 자연스러운 발전이자 성과물이라고 평하고 끝내겠지만, 전작에서 보여준 ‘더 서지’만의 개성을 잘 살려내, 단순히 소울 아류작으로 부를 수 없게끔 만든 성과는 칭찬해야 마땅하다고 본다. 냉정히 말해 전작은 레토르트 카레 위에 고명과 사이드만 조금 바꾼 뒤 ‘수제 카레’라고 부르는 꼴이나 다름없었으니 말이다.
 
‘더 서지 2’와 ‘더 서지’의 비교는 여기까지만 하기로 하고. 여러분들이 궁금해할 ‘더 서지 2’가 얼마큼 재밌는지 이야기해보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더 서지 2’는 ‘다크 소울’이 어떤 게임인지 알고 있는 만큼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더 서지 2’는 ‘다크 소울’이 어떤 게임인지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배려하기보다는, 이미 잘 알고 있을 사람들이 재밌게 즐기는 데 신경 썼다. 게임 속 튜토리얼도 대체로 '저희 게임과 다크 소울은 이런 점이 다릅니다'에 초점을 뒀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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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서지 2’의 재미는 ‘다크 소울’과 꽤 다르다. ‘더 서지 2’는 역경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는 게임보다는 잭 스나이더의 영화처럼 화끈한 액션과 호쾌한 전투 방식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차이점은 ‘더 서지 2’를 단순한 아류작에서 독특한 게임 방식을 지닌 작품으로 만든다.
 
전작에서도 있던 시스템이다만 ‘더 서지 2’에는 적의 신체 부위 일부를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이를 절단하여 적의 무기와 장비를 획득하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그리고 플레이어가 적의 사지를 자르거나 반격에 성공했을 때, 게임은 잭 스나이더의 영화처럼 과장된 슬로우 모션과 현란한 카메라 워크 그리고 귀에 확 박히는 효과음으로 가득 찬다.
 
둔탁하고 느릿했던 전투와 상반되는 화끈한 연출은 플레이어에게 성공적인 전투방식과 그에 따른 결과를 명확하고 확실하게 전달한다. 마치 ‘블러드본’이 패링과 내장 뽑기의 연출을 통해 플레이어에게 효과적인 전투를 유도하는 공식과도 일정 부분 비슷한 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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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게임을 수월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사지 절단을 통해 아이템을 획득할 필요가 있는데. 연출이 원체 재밌고 시원한지라 반복된 과정에서도 지루하거나 어쩔 수 없이 한다는 느낌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전투마다 필요한 아이템을 염두에 두고, 그에 맞게 적의 사지를 잘라 아이템을 획득하는 과정은 RPG의 기본적인 재미에 충실하게 짜여있다.
 
다만 다른 게임들이 부위 파괴 시스템을 통해 더 깊이 있고 전략적인 게임성을 보여주지만, ‘더 서지 2’는 단순한 재미 그 이상의 무언가를 자세히 다루지 못하고 있다. 부위 파괴로 인한 전략성은 보스 전투와 특정 적을 제외하곤 크게 느끼기 어렵다. 몇몇 적은 광란 상태에 빠지지 않게 머리를 먼저 노려야 될 때도 있고, 보스 전투에서는 기믹을 해제하기 위해 시스템을 활용할 필요가 있긴 한데. 대부분의 경우, 플레이어가 아이템 파밍과 연출적 재미를 원하는 게 아니라면 ‘굳이 할 필요가 없는’ 경우가 대다수다. 물론 사지 일부가 잘린 인간형 적이 멀쩡히 싸우는 것도 조금 웃기긴 하지만, 그래도 시스템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면 전투가 더 전략적으로 바뀌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레벨 디자인만 놓고 보면 정말 같은 개발사가 맞나 싶은 변화를 보여준다. 악의로 가득 찼던 낙사 구간은 대폭 줄어들었고 지름길과 퍼즐 요소는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직관적으로 변했다. 악의적인 몬스터 배치를 줄이고 레벨 디자인을 고려한 몬스터 배치도 긍정적인 변화다.
 
캠페인 중반부에 돌입하게 되면 개선된 레벨 디자인이 크게 와닿기 시작한다. 캠페인의 흐름에 따라 ‘바이오하자드 RE:2’ ‘세키로: 섀도우 다이 트와이스’의 레벨 디자인처럼 작중 무대의 환경이 크게 변하는 점은 훌륭하다. 게다가 ‘더 서지 2’는 플레이어가 자연스럽게 게임 속 모든 장소를 재방문하게 만들어, 스토리 진행에 따라 작중 무대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기존에 열어둔 지름길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플레이어가 새롭게 획득한 능력을 어떻게 활용 가능한지를 직접 체험하게끔 유도하고 있다. 다른 건 모르겠으나 ‘더 서지 2’의 레벨 디자인만큼은 훌륭한 레벨 디자인 사례 중 하나로 뽑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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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디자인은 게임 시작부터 끝까지 신선하고 재밌는 경험을 주긴 하지만, 후반부를 향할수록 ‘더 서지 2’의 게임플레이는 점점 반복성이 강해진다. 스토리 흐름에 따라 새로운 적과 강화된 적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이들을 상대할 때 요구되는 전략이 게임 초반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조금 까다로운 패턴이 추가되고 모습이 더 기괴해졌을 뿐, 결국은 전혀 다른 몬스터가 아닌 기존에 있던 몬스터의 강화형을 상대하는 것에 불과하니 말이다. 더군다나 막상 새로운 전략과 경험을 요구하는 적은 한정적으로만 등장해서 후반부의 단조로움을 더욱 대비시키기만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더 서지 2’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무기 시스템이 후반에는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더 서지 2’는 무기의 종류에 따라 애니메이션과 마무리 연출이 나누어진다. 잘 만들어진 무기 시스템 덕에 많은 무기가 등장할 수 있게 된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지나치게 많은 무기가 별다른 노력 없이 플레이어 손에 주어지게 되면, 점점 사라져가는 무기들의 개성에 실망감도 조금 느낄 수밖에 없다.
 
그래도 무기와 장비의 밸런스들이 괜찮은 편이라 특정 무기나 장비만 편애하는 일은 적다. 물론 후반부를 향할수록 (어느 게임이나 그러하듯) 플레이 스타일이 효율적으로 변하며, 점점 게임이 반복적으로 느껴지는 고질적인 한계는 피할 수 없다. 그래도 ‘더 서지 2’는 다른 RPG 게임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라 성능 때문에 개성과 취향을 포기하는 일은 적은 점은 다행이라면 다행인 점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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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S4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PC판은 보스 전투에서 패링과 회피가 힘들 정도였다.
 
사실 이러한 단점보다도 ‘더 서지 2’를 플레이할 때 가장 껄끄러웠던 문제는 그래픽과 최적화였는데. 다행히 리뷰를 쓰는 현시점에는 PC판 최적화 문제가 어느정도 해결되긴 했다만, 발매 시점에는 보스전을 정상적으로 플레이하기 힘든 정도로 끔찍했다. ‘더 서지 2’는 다양한 시각적 효과를 통해 독특한 연출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데. 문제는 이 효과들의 최적화 상태가 영 좋지 않아, 해당 효과들이 화면 속에 나타날 때마다 프레임이 순간적으로 반 토막 나버리곤 하였다.
 
당연하겠지만 보스와의 전투를 진행할 때마다 난이도가 아닌 끔찍한 최적화에 분노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아, 그래도 그 덕에 병자의 마을에 대한 추억을 떠올릴 수 있었던 점은 꽤 괜찮았다. 그래도 리뷰를 작성하는 현시점에는 최적화 문제가 많이 줄어들었으나, 적어도 이런 문제가 있었다는 것만이라도 염두에 두면 좋을 듯하여 작성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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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이머 층이 같아서 그런지 유머 코드도 똑같다.
 
솔직히 말해 대부분의 게이머에게 ‘더 서지 2’를 추천하지는 못하겠다. ‘더 서지 2’의 재미 요소는 대부분의 RPG와 동떨어져 있으며 소울류 게임답게 난이도가 꽤 있는 편이다. 그러나 계승의 제사장을 들락날락하는데 익숙해진 게이머라면 기회가 될 때 한 번쯤은 해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다크 소울’을 하다가 ‘세키로’를 할 때처럼 플레이 스타일을 확 바꿀 필요도 없으니 부담감도 없다. 그저 맘 편히 예전에 하던 그 느낌으로 즐길 수 있는 딱 그런 게임인 셈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얘기를 놓칠 뻔 했는데, 전작을 플레이했던 유저라면 '더 서지 2'는 안심해도 좋다고 말해주고 싶다. 더 이상 개발자의 악의가 느껴지지도 않고 쓸데없이 살벌했던 전투는 없어졌다. 물론 애니메이션은 여전히 둔탁하고 스토리텔링의 유머포인트가 조금 엉뚱하기는 하지만, 단점이라기보다는 '더 서지 2'만의 개성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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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지
18시간 전
잘보고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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