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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엠블렘 풍화설월’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주는 작품이었습니다. 닌텐도 퍼스트 파티라는 이유만으로 충분히 주목할만한 작품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SRPG라서 더 관심이 갔습니다. 게다가 트레일러를 통해 보여줬던 멋진 비주얼도 취향이라 기대가 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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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레일러를 장식했던 그 모습을 게임에서!

 

하지만 SRPG 장르 중에서도 영구적 사망 시스템을 바탕으로 꽤나 까다로운 난이도를 자랑한다는 이야기가 제 발목을 잡았습니다. 특히, 이번 작품 한정으로 무대가 학교가 되었다는 점 때문에 자칫 스토리가 너무 가볍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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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작품에 들어오면서 ‘캐주얼 모드’가 생겨 그 난이도는 많이 내려갔습니다.

 

그래도 기대하는 마음이 더 컸고, 그래서 '파이어엠블렘 풍화설월'을 예약 구매했습니다. 그리고 곧 그 선택이 전혀 틀리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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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로 예약 특전이나 초회 특전이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다회차 플레이를 할 수밖에 없는 방대한 콘텐츠

 

벨레스/벨레트는 아버지 제랄트와 함께 용병으로 활동하던 중 우연히 가르그 마크 대수도원의 사관학교 학생들을 구해주고, 그 공을 인정받아 사관학교 교사로 부임하게 됩니다. 이 사관학교의 세 반은 각자 포드라 대지의 세 국가를 의미하므로 이곳은 포드라 대지의 축소판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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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주인공은 벨레스, 반은 흑수리 반을 선택했습니다

 

'파이어 엠블렘 풍화설월'은 정말 방대한 양의 콘텐츠를 담고 있습니다. 큰 틀에서 이야기의 흐름은 같지만, 처음 유저가 선택하는 반에 따라 벨레스의 관점이 달라집니다. 더 나아가 스토리 전체에도 변화를 가져오죠.

 

특히, 이 관점의 변화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여러 루트를 즐겨보시면 이 게임에는 명확한 선악은 없으며 자신이 관철하는 정의만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만큼 각자의 주장은 분명하고 설득력이 있어서 어떠한 루트를 선택하더라도 그 캐릭터의 행동에 어느 정도의 정당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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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틀린 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답만 존재합니다.

 

다른 반 학생을 우리 반으로 스카우트했을 때 발생하는 특수 이벤트도 각각 의미가 있었습니다. 사관학교에 온 학생들은 모두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캐릭터에 따라 그 이야기의 깊이는 차이가 있지만 모두 그 캐릭터의 가치관이나 성격, 배경과 관계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특수 이벤트인 만큼 사소하게 취급될 수도 있지만, 이 이야기들 중에는 메인스토리와 관계되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봤던 루트에서 사신 기사의 정체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특정 캐릭터의 특수 이벤트에서는 그 정체를 알 수 있는 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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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이벤트를 하지 않으면 정체는 공개되지 않고 끝납니다.

 

캐릭터들 간의 지원 레벨 역시 전투에서 받는 이점 그 이상의 역할을 합니다. 캐릭터들 간의 지원 레벨이 오르게 되면 그 캐릭터들 사이에 대화 이벤트가 발생합니다. 이 대화 내용이 모두 다르고, 두 인물의 성격과 관계를 잘 드러내고 있어 이걸 챙겨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심지어 다른 반에서 스카우트된 인물들과의 대화 이벤트도 존재합니다. 가능한 많은 학생을 스카우트하고 싶은 욕심도 불러일으키는 좋은 콘텐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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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반 출신이라도 대화 이벤트는 존재합니다!

 

이처럼 다양한 콘텐츠가 존재하는 만큼, 이 모든 것을 1회차에 모두 즐길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유저의 선택과 스카우트 현황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가 2회차, 3회차에서 펼쳐집니다. 다회차 플레이를 기피하는 유저라도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다회차 플레이를 즐길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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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회차로 끝내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은가!

 

 

파이어 엠블렘은 진화한다!

 

'파이어 엠블렘 풍화설월'은 눈과 귀가 즐거운 게임이었습니다. 비주얼적으로 캐릭터들의 디자인이 좋았던 것은 물론, 전투 중 각 캐릭터가 보여주는 액션 연출과 크리티컬 발생 시 나타나는 컷신 모두 훌륭했습니다. 또한, 캐릭터들 간의 대화는 풀 보이스를 도입하는 디테일을 보여주었고, 중요한 장면들을 살리는 영상은 높은 퀄리티와 멋진 구도로 감성도 채워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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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부터 심상치 않았던 영상

 

게임 시스템은 말할 것도 없이 훌륭했습니다. 전투에서 사용되는 무기들은 서로 상성이 분명하면서도 밸런스가 잘 잡혀 있었습니다. 매주 휴일에는 산책, 강습, 휴식, 출격이라는 선택지로 유저의 취향에 따라 전투와 육성의 비율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자유도를 줬습니다. 이를 통해 과도한 전투나 육성으로 인한 피로감을 줄이려고 노력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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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식도 의미 있는 선택지입니다

 

특유의 디테일은 로딩 화면에서도 빛납니다. 로딩 화면이 인상 깊었는데요, 도트로 그려진 벨레스가 로딩 진행도에 따라 뛰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때 벨레스가 로딩 진행도보다 너무 멀리 가면 손을 휘저으며 로딩바를 끌어오는 귀여운 모습을 볼 수 있죠.

 

이런 깨알 요소는 로딩을 지루해하는 유저들의 지겨움을 조금이라도 줄여주려는 개발사의 배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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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알 같은 디테일. 참고로 B 버튼을 누르면 점프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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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딩 중…

  

 

하지만 완벽하진 않다.

 

'파이어 엠블렘 풍화설월'은 여러 요소들을 볼 때 상당한 수작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쉬운 게 없는 건 아니었습니다.

 

먼저, 피로감을 유발하는 반복 작업입니다. 1부를 진행할 때는 이런 피로감을 거의 느낄 수 없었지만, 매달 육성을 위해 산책을 하고, 학생들에게 과제를 주고, 도적을 소탕하는 반복 작업을 계속하면서 피로감이 쌓여 갔습니다. 물론, 이런 요소를 최소화할 수 있는 스킵 기능이나 위임 지도 같은 기능도 있지만, 근본적인 피로감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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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임 지도가 가능하긴 하지만...

 

병과 시스템에서는 각 병과 사이의 연계성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예를 들어, 중급 병과인 도적은 상급 병과로 어쌔신이 존재하는데, 그 위의 최상급 병과는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중급 병과에서 페가수스 나이트를 선택하면 상급 병과가 마땅히 없어 최상급 병과로 바로 전직해야 하는 경우 등이 대표적입니다.

 

물론, 각 병과를 꼭 단계별로 순서대로 거쳐야 하는 건 아니고, 상급 병과와 최상급 병과의 차이가 엄청난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어쩐지 찜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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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쌔신을 만들었는데 그 뒤에 상위 호환 병과가 없다니...

 

엔딩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시종일관 완성도 높은 스토리, 뛰어난 연출을 보여준 '파이어엠블렘 풍화설월'이라 엔딩에 대한 기대감이 컸거든요. 하지만 엔딩은 짧은 영상과 이벤트, 그리고 후일담에 해당하는 글로 채워져 다소 맥이 빠졌습니다.

 

많은 캐릭터의 후일담을 짧은 시간 내에 보여줘야 하므로 모든 후일담에 연출을 넣는 게 어려웠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주인공인 벨레스의 후일담마저 짧은 줄글로 끝냈다는 건, 그동안 '파이어엠블렘 풍화설월'이 보여준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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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기가 막힌 연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風花雪月

 

풍화설월(風花雪月). 한자의 뜻을 그대로 풀이하면 바람과 꽃, 눈과 달이 됩니다. 이 사자성어는 아름다운 경치를 표현할 때 쓰이는 말로 ‘파이어엠블렘 풍화설월’은 이 뜻에 걸맞은 멋진 모습을 유저들에게 보여준 작품이었습니다. 다양하고 풍성한 즐길 거리로 유저들의 눈과 귀를 모두 즐겁게 해준 이 작품이야말로 풍화설월 그 자체였습니다.

 

2019년 하반기, 닌텐도 스위치를 통해 다양한 게임들이 출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풍화설월'을 넘는 건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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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화설월 그 자체였던 ‘파이어엠블렘 풍화설월’

 

 

글/DA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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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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