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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트 그랜드 오더(이하 페그오)는 일본게임입니다. 출시국이나 출신 성분 IP 같은 얘기를 떠나서, 유저들이 '일본 모바일 게임'에 대해 갖는 느낌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게임이란 얘기에요. 흡사 비주얼 노벨을 방불케 하는 방대한 양의 스크립트로 채워진 시나리오, 이미 하나의 프랜차이즈로 자리 잡은 IP, 일본식 애니풍 그래픽까지 다 갖고 있죠.
 
나름 재미도 있습니다. 물론 단점도 있죠. 페이트 시리즈의 팬들에게는 꽤 재미있는 콘텐츠겠지만, 아닌 분들에겐 글쎄요.
 
 
방대하고 탄탄한 시나리오
 
시나리오가 빵빵하게 들어간 게임을 해본 기억이 언젠지 잘 모르겠습니다. 시나리오 위주의 비주얼 노벨 장르 게임은 제외하고 말이죠. 탄탄한 스토리가 있고 거기에 몰입되어 플레이하는 건 왠지 예전 일처럼 느껴지기까지 해요. 특히 모바일게임에 장르를 국한한다면, 스토리모드 길고 빵빵한 게임 찾기는 참 어렵습니다.
 
페그오는 나스 키노코(공의 경계 작가)가 감수를 맡고, 사쿠라이 히카루 등 페이트 시리즈의 작가들이 다수 참여해 만든 방대한 시나리오를 갖추고 있습니다. 애니 한 편 보는 기분으로 대사 치는 캐릭터들 구경하면서 놀 수 있죠.
 
페이트 시리즈에 애정이 있는 팬들과 애니풍 시나리오를 좋아하는 유저에게는 꽤 재미있는 콘텐츠일 수 있겠습니다. 페이트 IP의 강력함은 사실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는 부분일 거고요. 실제 원작자들이 감수 및 집필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만든 게임인데 망하기도 어렵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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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에게 남은 시간 약 1개월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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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으로 부질없는 선택지

 
 
단조로운데 복잡한 첫인상, 신묘한 전투
 
그냥 RPG를 할거라면 페그오를 할 이유는 사실 없습니다. 전투가 딱히 박진감 넘치고 재밌지는 않거든요. 파티 구성은 내 서번트 2명+친구의 서포트 서번트 1명으로 3명이 나란히 서서 들어가게 됩니다. 총 파티구성은 사실 5명이지만 실제 참가는 세 명만 하죠. 그것도 서포트 하나 껴서. 서번트별로 총 3종의 커맨드 카드가 있고 이걸 유저가 선택하면 순서에 맞게 공격을 한다, 이런 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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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레이어 턴이 되면 카드를 선택할 수 있다

 
같은 서번트가 3연속 공격하게 하면 추가공격이 한 번 더 들어가고, 커맨드 카드 종류가 모두 같다면 해당 커맨드에 맞는 보너스를 받게 됩니다. 버스터만 세개 고르면 공격력이 강화된다던가 하는 거죠.
 
말이 어렵지 해보면 참 단순합니다. 처음에는 좀 복잡해 보일 수도 있지만, 턴제인데다 카드 선택만 하면 되거든요. 타격감 있는 전투와는 거리가 멀어요. 쉽다는 장점은 있겠지만 유수의 모바일 액션 RPG를 경험한 유저들에게 있어 딱히 매력적이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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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 색에 따라 효과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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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캐릭터 카드를 세 개 선택하면 주어지는 추가공격

 
 
결국 될놈될, 안될놈은 안 되는 가챠 시스템
 
뭐 여기까지면 좋았을 텐데, 하나 더 갖고 있습니다. 가챠 말이에요, 가챠.
 
가챠 있는 게임이 한국판 출시됐다, 그럼 시작할 때 뭐 찾아보십니까. 리세마라* 추천카드 아니겠어요? 리세마라 할 생각하니 게임 시작도 하기 싫다는 말 솔직히 이젠 하도 해서 지겹습니다. 시작은 퍼드였고 끝은 어드메인지 알 수도 없군요.

 

리세마라: 리셋 마라톤의 준말로, 튜토리얼 보상과 최초 보상 등으로 주어지는 캐쉬를 이용해 최대한 좋은 캐릭터로 게임플레이를 시작하기 위한 게임 리셋 후 반복 튜토리얼을 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유수의 일본식 카드배틀, RPG 등의 게임에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경우도 많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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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략보다 먼저 뜨는 자동검색어 ‘리세마라’
 
튜토리얼 스크립트 외우는 것도 모자라 터치 영역 외우는 정도까지 가고 나면 그때쯤은 한두 장 나와줄 법도 하건만, 자비 없는 가챠는 온정 따윈 없고 결국 일부 유저들은 리세마라 성공한 계정을 사고팔기까지 합니다. 이런 부작용 때문에 한참 리세마라 불가능하게끔 게임디자인을 하는 게임이 많았잖아요.
 
게다가 일본에서 짧지 않은 기간 서비스를 했던 게임이기에 키워야 할 서번트, 좋은 예장은 다 정해져 있고 대부분의 유저들이 그걸 잘 알고 있죠. 그냥 시작할 수도 있을 겁니다. 운 좋게 5성 서번트 한 장 떨어지면 기분 좋게 진행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서포트 서번트창을 도배하듯이 들어가 있는 그 녀석을 보면 걔가 없는 내가 너무나 나약하게 느껴집니다(이건 제가 공명과 헤라클레스를 못 뽑아서가 절대 아닙니다....).
 
그리고 5성 확률이 1%입니다. 기타 유수의 RPG 게임에 비하면 꽤 높을지도 모르겠지만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서번트 카드와 서번트에 장착하는 예장 카드가 같은 가챠에서 나오기 때문에 실제로는 1%가 아니죠. 예장도 꽤 중요한 역할을 하긴 합니다만 결국은 장비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1%라곤 할 수 없어요. 좋은 서번트가 없는데 좋은 예장 있어서 어디다 쓰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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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과 현실의 벽

 
 
어필하는 부분은 충분히 있다, 하지만...
 
어떤 게임이든 할 이유가 필요하고 매력적인 부분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결제할 맛도 나고 돈 쓰는 보람도 있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강력한 IP-페이트 시리즈라는-를 갖고 만든 게임이 팬들에게 어필하지 못할 이유는 없어요. 시나리오 보는 재미도 있고, 페이트 시리즈의 캐릭터들이 다수 등장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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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튜토리얼 때나 써볼 수 있었던 세이버

 
하지만 그래픽, 솔직히 딱히 뛰어나지도 엄청나지도 않습니다. 큰 의미 없이 3D 그래픽을 쓰지 않았다는 점은 나름 괜찮을 수 있겠죠. 전투, 쉽고 간편하고 나름 택틱도 구사할 수 있습니다만 심장을 옥죄어 오는 박력은 없어요. 과금, 한정 픽업 나올 때마다 먹고 싶어지는 게 인지상정이지만 그거 뚫기 쉽지 않죠. 우린 모두 알고 있잖아요, 가챠의 잔인함을.
 
타입문의 페이트 시리즈를 사랑하시는 분들에게 이 게임은 꽤 괜찮은 게임입니다. 덕후의 지갑은 내 장르를 향해 열려있는 법 아니겠습니까. 우리 이쁜이 먹으려고 돈 쓰는 거 아깝지 않다(물론 언젠가는 아까워집니다)고 생각하는 분들 많잖아요. 저도 그렇고요.
 
하지만 전방위 유저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까, 글쎄요. 기존 RPG 게임들의 레퍼토리에 질려버려 뭔가 다른 게 필요하시다면, 해 볼 만 할 것 같습니다. 리세마라에 성공하셨다면 말이에요. 
 
 
글/ 김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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