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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은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마치 카레 같은 장르라 할 수 있다. 모두가 선망하는 고오급 음식은 아니지만, 갑자기 먹고 싶을 때가 있는 그런 음식이다. 뜬금없이 만화방에 하루 종일 처박혀 음료수를 쪽쪽 빨며 라면을 후루룩거리며 무협소설을 한 가득 쌓아 두고 보고 싶을 때가 있다. 무협 게임도 그렇다. AAA급 게임은 아니더라도, 무협 게임을 즐기며 나도 강호의 초고수가 되어보고 싶은 날이 있다.


그렇게 무협 게임을 찾아 인터넷을 뒤지던 나의 레이더에 걸려든 게임이 있었다. 넥슨이 지난 9월 7일부터 최종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MMORPG ‘천애명월도’다. CBT라는 말에 ‘신청 안 하면 못 하는 건가’라고 그냥 뒤로가기를 클릭하려다, 신청하면 바로 즐길 수 있다는 말에 속아넘어가(?) 천애명월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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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소설의 전설, ‘고룡’의 소설을 게임으로 다시 만나다
‘천애명월도’라는 이름을 처음 봤을 때, 어디서 들은 이름이다 싶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만화방에서 대충 읽은 양산형 무협소설 중에 끼어 있었나 싶었는데, 제대로 찾아보니 ‘천애명월도’는 그런 무협소설과는 정말 핏줄부터가 다른 녀석이었다.


무협 좀 읽어봤다 싶은 사람이라면 작가 고룡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절대쌍교’로 잘 알려져 있는 대만 작가로, 그의 소설 중 상당수가 영화화까지 되었다. 그가 쓴 걸작 중 하나가 바로 ‘천애명월도’다. 사실 요즘은 무협 장르에서 ‘정통’을 찾는 것도 좀 우스운 일이 되어버렸지만, ‘천애명월도’는 그 ‘정통’이라는 이름을 당당히 자랑할 수 있는 무협소설이다.


아무 생각 없이 잡았다가 원작을 알고 나니 갑자기 기대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요즘은 뭐든지 퓨전이 대세라 무협 게임에도 대놓고 오토바이 같은 이상한 것(?)들이 등장한다. 뭐, 미니건을 쏘는 보스가 등장하는 인기 퓨전 무협 MMORPG도 있지 않은가. 그러나 ‘천애명월도’는 과연 그 이름답게 초장부터 ‘정통 무협’을 지향하고 나섰다. 좋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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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름 정교한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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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아직 베타테스트인데도 ‘천애명월도’는 대부분 한국어 더빙이 이루어져 있었다. 무협 장르에서 중요하다 싶은 장면마다 한국어 음성이 곁들여진 컷씬이 나온다. (그렇지만 아직 마무리가 덜 됐는지 일부 장면에서는 좀 손발이 오그라든다 싶은 연기도 있었다.) 심지어 생생하게 무협을 느껴보고 싶은 마니아를 위한 중국어 음성(!)도 준비되어 있다. 중국어 음성을 켜니 진짜 중국산(?) 무협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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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리지널(?) 중국어 음성을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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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도 MMORPG에 버무려진 정통 무협
‘천애명월도’는 일단 세계관이나 설정 면에서는 정통 무협이라는 소재로 먹고 들어간다. 게임 내에도 이런 세계관이 충실히 반영되어 있다. 예를 들어, ‘천애명월도’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몬스터에는 ‘호신’ 판정이 붙어 있다. 쉽게 말해 캐릭터의 공격을 받아도 게이지가 유지되는 동안은 다운되지 않는 ‘슈퍼아머’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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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정도 게임을 진행하면 잡몹들도 이 '호신'을 달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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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스전도 보스의 호신을 얼마나 빨리 깨버리느냐가 관건이다.

 

그걸 그냥 표현하지 않고, 무협 세계관에 맞게 ‘호신’이라는 용어로 표현한 것이다. ‘천애명월도’ 게임 내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용어가 이렇게 무협 식으로 재구성되어 있다. 무협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게이머라면 조금 낯설 수 있겠지만, 무협소설을 잔뜩 쌓아 놓고 읽은 ‘마니아’에게는 그 소설을 게임에서 그대로 만난다는 점이 매력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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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 자체는 그냥 주요 퀘스트를 따라가면 된다는 MMORPG의 왕도를 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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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긴 것과는 달리 악역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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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종류의 나쁜놈(?)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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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애명월도'에 나오는 대부분의 이벤트는 대화를 강제로 다 들어야 진행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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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어 음성으로 게임을 진행하면 진짜 중국 무협 드라마 보는 느낌이...


용어는 낯설지 몰라도, ‘천애명월도’ 게임 자체는 MMORPG의 왕도를 따르고 있기 때문에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천애명월도’ 소설의 플롯을 따른 퀘스트를 죽 따라가며 캐릭터를 육성하고, 더 많은 컨텐츠를 즐기는 식이다. 생각해보면 허약한 캐릭터를 강호 고수로 육성(?)하는 격이니 무협 소설과 MMORPG는 꽤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MMORPG에서 스토리는 그냥 넘어가는 부분으로 취급 받지만, ‘천애명월도’에서는 그렇게 넘어갈 수 없다. 대부분의 이벤트는 스킵할 수 없고 강제로 다 보아야 한다. ‘Skip’ 버튼 찾기 바쁜 성질 급한 게이머에게는 단점으로 보이겠지만, 그렇게 강제로라도 ‘천애명월도’의 세계관을 보고 있으면 점차 무협소설의 재미가 느껴진다. 강호를 위협하는 악의 세력, 배신자, 정의로운 조력자 등등.


살벌한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천애명월도’의 진행은 조바심 내지 않고 느긋하게 할 수 있다. 맵이 엄청나게 넓지만 그에 맞는 이동수단이 다 있고, 퀘스트를 위해 잡아야 하는 몬스터는 엄청나게 빨리 리스폰된다. 제대로 스토리를 따라 갔다면 보스들도 여유롭게 잡을 수 있다. ‘낙사’도 절대 없다. 경공을 써서 넓은 맵을 날아다니다시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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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협 세계관 답게 스토리는 온갖 피비린내 나는 음모와 뒤통수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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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맵이 꽤 크지만, 경공을 사용해서 빠르게 이동할 수 있어서 큰 문제는 없다.


다소 난잡한 ‘부페식 컨텐츠’는 문제…오랜만에 보는 정통 무협이 반갑다
‘천애명월도’는 괜찮은 MMORPG다. ‘정통’ 무협 장르를 그대로 잘 녹여 냈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그러나 ‘천애명월도’를 즐기다 보면 아쉬운 부분이 자주 보인다. 하나는 강제로 봐야 하는 이벤트의 품질이다. 멋진 컷씬도 있지만, 그냥 캐릭터 둘이 서서 대충 대화로 때우는 식의 이벤트도 많다. 이런 부실한(?) 이벤트가 길게 나오면 스킵도 안되니 짜증이 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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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무성의한 이벤트 컷씬도 많다.


다소 난잡한 UI도 단점이다. ‘천애명월도’에 제작이나 채집부터, 전통 악기 연주나 심지어 명승지의 그림을 수집하는 등 무협 세계관에 맞춘 다양한 컨텐츠가 갖춰져 있는 것은 좋다. 그러나 ‘천애명월도’에는 이런 컨텐츠가 너무 난잡하게 배치되어 있다. 게다가 이 컨텐츠에 내가 공을 들이면 대체 무엇이 좋은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하다.


결국 여러 컨텐츠를 뒤로 한 채 일단 스토리부터 쭉 밀고 보는 식의 진행을 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나중에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던 ‘천애명월도’의 다양한 컨텐츠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게 된다. 한국 게이머와 중화권 게이머의 성향이 다른 만큼, 모든 것을 다 전달하려는 난잡한 방식보다는 절제된 방식이 더 어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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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다 뭐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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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조직업 시스템까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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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학문 연구라는 특수 퀘스트를 통해 보상을 받을 수 있는데 문제가 좀...


이런 저런 단점도 있지만, 오랜만에 만난 정통 무협 MMORPG ‘천애명월도’는 그렇게 내 일주일을 빼앗아 갔다. 소설에 기반한 탄탄한 스토리와 함께 강호를 헤쳐 나가는 내 캐릭터를 보며, 마치 만화방에 틀어박혀 한 편의 무협소설을 보는 것 같은 즐거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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