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a Form

IMG_2547.JPG

 

최근 모바일게임을 만드는 개발사들은 어떤 작품을 만들어야 할지 고민하는 데 여념이 없을 것이다. 캐주얼 퍼즐부터 하드코어 RPG까지 대부분 인기 장르가 시장에 이미 나와 있고, 시장 상황도 이미 황혼기에 이르러 독특한 아이디어를 내세운 게임이 돋보일 만한 분위기도 아니기 때문이다. 대기업도 뾰족한 수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널리 알려진 IP를 사용하거나 마케팅 비용을 넉넉히 붓지 않으면 아무리 잘 만든 게임도 사장되고 만다.

 

그런 가운데 넥슨의 미국 모바일게임 법인 넥슨M에서 인상적인 타이틀을 내놨다. '애프터 디 앤드: 잊혀진 운명(영문명 After the End: Forsaken Destiny, 이하 애프터 디 앤드)'라는 제목의 어드벤처 퍼즐게임으로, 지난 3일 글로벌 동시 출시됐다. 

 

이 게임은 지스타 2016 현장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당초 이 게임을 두고 넥슨 정상원 부사장은 '수익을 바라지 않고 만든 인디게임'이라고 평했다. 넥슨 정도 규모의 회사가 수익을 포기하고 제작한 작품이라면, 나름의 비장미가 서려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그래서, 4.93달러를 기꺼이 지불하고 '애프터 디 앤드'의 세계에 뛰어들어 봤다.

 

 

인디게임의 스테레오타입


확실히 '애프터 디 앤드'는 인디게임스럽다. 게임을 처음 시작해 보면 정 부사장의 '인디게임'이란 표현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우선 인앱결제가 없는 유료게임이다. 모바일로 출시된 여타 게임들에 비해서는 다소 가격대가 높은 편이지만, 왠만한 모바일 RPG 스타팅 패키지 가격보다 저렴하다는 점을 상기해 보면 아주 부담스러운 정도는 아니다. 게임 자체의 완성도는 좋은 편이기에 나름 합리적인 가격으로 보인다.

 

IMG_2551.JPG

 

전반적인 게임의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사원에 깃든 비밀을 풀기 위해 아버지가 여행을 떠나고, 그 자취를 아들이 쫓는 방식의 연출은 상당히 감성적이다. 다양한 악기를 사용한 웅장한 BGM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배가시키고 파스텔톤의 따뜻한 색감은 캐릭터의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애프터 디 앤드'라는 게임의 제목과 톤앤매너가 잘 맞아 떨어져, 완성도에 대한 기대를 하게 만든다. 이렇듯 비주얼에 있어서는 합격점을 주고 싶다.

 

단, 일반적으로 인디게임에 기대하게 되는 독창성을 기준으로 가격을 매긴다면 비싼 편이다. '애프터 디 앤드'는 분명 잘 만들어진 어드벤처 퍼즐게임이지만, 플레이 내내 어디서 본 듯한 감정을 지울 수 없는 탓이다.

 

IMG_2097.PNG

 

일견 좋아 보일 수 있는 단순화된 캐릭터와 따뜻한 색감, 2D와 3D를 오가는 카툰풍 그래픽은 한때 게이머들 사이에 널리 회자됐던 인디게임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실제로 '애프터 디 앤드'를 플레이하다 보면 PS3로 출시됐던 인디게임 '저니'나 모바일 인디 타이틀 '모뉴먼트 밸리'의 그림자가 순간순간 느껴진다. '흘러간 시간'을 의미하는 장치로 등장하는 모래와, 불친절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부연 설명이 없는 진행 방식은 '저니'에서 영감을 받은 듯 하다. 그리고 미묘한 층고를 이용해 완성한 기하학적인 비주얼은 '모뉴먼트 밸리'에서 많이 본 모습이다.

 

이 시점에서 '애프터 디 앤드'는 독창적이고 기발한 인디게임이라기보다는, 안전한 데뷔를 위해 검증된 좋은 사례들을 더 발전시킨 후속 타이틀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남긴다. 사실, 그래서 으레 인디게임에 기대하게 되는 독특함은 발견하기 힘들다. 이따금 메인 플레이어인 아버지 캐릭터 대신 아들이 등장해 퍼즐을 푸는 2자 조작 방식으로 차별화를 꾀한 듯 하지만, 큰 인상이 남지는 않는다.

 

 

차라리 콘솔로 먼저 발매됐더라면


무엇보다 '애프터 디 앤드'의 가장 큰 맹점은 조작이다. 일반적인 모바일게임과 동일한 방식의 조작법을 사용하는데, 이 방식을 그대로 도입해온 것이 독이 됐다. 터치 기반의 가상 조이스틱으로 캐릭터를 움직이고, 오른쪽 하단에 위치한 상호작용 버튼으로 각종 퍼즐을 풀어나가는 것 까지는 일반적이다.

 

IMG_2549.JPG

 

그런데 게임의 특성상 맵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확인해야 하는데, 스와이프를 활용하다 보면 내 의지와는 다르게 캐릭터가 움직이는 경우가 왕왕 생긴다. 캐릭터를 이동시키고 싶은데 맵이 돌아간다거나, 화면을 쓸었는데 캐릭터가 갑자기 앞으로 걸어나간다거나 하는 상황이 심심찮게 벌어지는 것이다.

 

거기에 캐릭터 움직임까지 느리니 진행이 답답해진다. 맵이라도 넓으면 괜찮지만, 협소한 길을 지나갈 때나 정교한 조작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더욱 곤란했다. 퍼즐 난이도도 높은 편인데, 조작에서 자꾸 실수가 생기니 원활한 플레이가 힘든 경우가 많았다. 조작에서 피로감을 느낀다는 것은 큰 약점이다. 특히나 복잡한 퍼즐을 푸는 게 핵심 재미 요소인 타이틀이라면, 퍼즐 외의 부분에서 스트레스 요소를 배제해야 하는데 '애프터 디 앤드'는 그 점을 챙기지 못했다.

 

특히, 퍼즐 난이도 조절 부분에서는 완벽하게 실패한 듯하다. 캐릭터가 탐험하는 공간 자체를 바꿔가며 목적지에 달성해야 한다는 클리어 방식은 일반적일지 몰라도, 설명이 몹시 부족하다. '모뉴먼트 밸리'가 호평 일색이었던 이유는 대부분 유저가 특별한 힌트 없이도 조금만 고민하면 퍼즐을 풀 수 있게끔 디자인된 게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프터 디 앤드'는 퍼즐게임 마니아들만 겨냥을 한 것인지, 일반적인 유저에 대한 배려를 전혀 마련하지 않았다. 적어도 모바일 플랫폼으로 출시할 예정이었다면 난이도 조절 작업을 거쳤어야 했다.

 

IMG_2098.PNG

 

 

네오플 이름값에 걸맞지 않는 타이틀


'애프터 디 앤드'의 개발사인 네오플이 안전한 길을 선택한 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선 지스타 2016 발표 당시 개발 인력이 6명으로 상당히 적었다. 그리고 나름 넥슨 모바일 인디게임 초반 주자로서 완성도를 인정받아야 한다는 부담감도 느꼈을 것이다.

 

그럼에도 네오플이 만든 게임이기에 아쉬움과 기대가 교차한다. '던전 앤 파이터'와 '사이퍼즈'로 기획력과 개발력을 입증한 제작사였기 때문에 이번 작품에도 그만한 기대감을 심어 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철저히 상업적인 작품만 추구한 네오플이 이런 인디 게임을 내놓은 시도 자체는 참신하다.

 

넥슨 정상원 부사장의 말처럼 정말 수익을 바라지 않고 만드는 타이틀이었다면 차라리 더 과감하거나, 가격을 낮추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글/ 루크 

 

IMG_2550.JPG

 



댓글 0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1 - 91
액스 주요뉴스
‘쟁’만으로는 모든 것을 해결할 수 ...
  넥슨이 모바일 MMORPG로 새로운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 9월 14일부터 정식 ...
최신 뉴스
최신 댓글
서버에 요청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