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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전당포 사나이들'이라는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보고 있다. '전당포 사나이들'은 매 화마다 손님들이 이런저런 물건을 가져오고, 전당포 직원과 입씨름을 하며 가격을 책정하고 거래하는 과정을 그린 리얼리티 쇼다.

 

손님과 직원이 가격을 책정하는 과정도 재미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전당포 직원이 불러온 전문가가 손님이 가져온 물건에 대해 설명하고 가치를 매겨주는 파트를 제일 좋아한다. 손님들이 가져오는 물건은 제각각인데, 각 분야마다 전문가가 있고 거기에 손님과 전당포 직원이 공감할 수 있는 가치를 매길 수 있다는 게 신기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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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당포 사나이들'. 유튜브 히스토리 채널에서 짧게 편집해서 업로드하고 있으니 부담 없이 볼 수 있다.

 

아무래도 게임업계에 종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전당포 사나이들'의 포맷을 게임에도 연결하게 되더라. 게임 내에서의 거래야 그 게임의 유저들끼리 결정하면 될 일이지만, 만약 서로 다른 게임 간에 아이템 거래가 가능하고 이를 취급하는 전당포가 있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손님: 이건 A게임의 B아이템이라는 건데 D게임을 시작할 때 돈이 필요해서 팔러 왔습니다.

전당포 직원: 오 이거 저도 잘 알아요. 어떤 A게임에서 악명이 높았던 길드 마스터 C가 사용하던 무기였죠. 어쩌다 나오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실물을 보는 건 처음이네요. 얼마를 원하시나요?

손님: 200만원 받고 싶어요.

전당포 직원: 음... 그 가격이 적당한지 잘 모르겠으니까 제 친구를 부를게요. A게임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는 친구죠.

손님: 네, 그러세요.

전당포 직원: 그럼 잠시만 기다리세요

 

그런데 내 상상 속 '전당포 사나이들'은 여기서 종영해버리고 말았다. 게임 속 아이템에 가치를 매기고 이를 손님과 전당포 직원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할 만한 전문가가 실제로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게다가 게임 속 아이템은 현실과도 다른 점이 여럿 있다. 이중 거래에서 가장 치명적인 부분이라면, 아이템의 가치는 해당 게임의 존속 여부와 직결된다는 점이다.

 

'전당포 사나이들'을 보면 물건 가격을 최대한 싸게 지불하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나중에 이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게 팔 때까지의 물건 가치를 지키기 위한 보관 비용을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데, 거래 상대가 바로 나오리라는 보장도 없으니 높은 가격에 매입하는데 더 인색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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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요에 따라서는 해당 물건이 제값을 받기 위한 복원 비용도 고려하기도 한다. 초판본 오즈의 마법사가 나온 에피소드에서는 전당포 사장인 닉은 복원을 제대로 해야 제값을 받을 수 있다는 전문가의 말을 듣고 잘 될지도 모르는 책 복원에 많은 투자를 할 수 없다며 제시가의 반 이하로 낮은 가격을 제시했다.(이미지 출처: 유튜브 히스토리 채널 영상 갈무리) 

 

이는 하나의 게임 내에서 아이템을 거래한다고 해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지금 내가 사려는 아이템이 앞으로도 계속 가치 있는 아이템일 수 있을지는 거래 여부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게임사는 막고 있지만 이미 보편화된 아이템 현금 거래

 

현재는 게임 아이템의 취급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알아 둬야 할 사실은 게임사에서는 유저가 게임을 플레이하며 얻는 아이템을 게임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고 정해 놨다는 점이다.

 

엔씨소프트와 넥슨, 넷마블 등 주요 게임사의 이용 약관을 살펴보면, 유저는 아이템을 회사가 제공하지 않는 서비스나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이를 유상으로 처분 또는 증여하거나 담보, 대여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해 놓고 있다. 특히, 넷마블은 회사가 제작한 콘텐츠의 저작권, 기타 지적재산권은 모두 회사의 소유이며, 유저에게는 이용권만을 부여할 뿐이니 이를 유상 양도, 판매, 담보 제공 등의 처분 행위를 할 수 없다고 못 박아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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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마블의 PC 게임 이용 약관. 모바일도 말만 조금 다르지 동일하다.(이미지 출처: 넷마블 고객센터 갈무리)

 

하지만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이미 많은 게임에서 유저들끼리 게임 내 재화를 구입하거나 판매하며 이 과정에서 현금이 오고 가고 있다. 게임사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자기들 만의 은어를 만들어 사용하며 게임 내 경제에 따라 현금 거래가가 바뀌기도 하는 등 나름의 시세도 만들어졌다. 아이템의 현금 거래를 중개하는 전문 사이트도 십수 년째 운영 중이다.

 

2013년에는 60대 유저가 리니지에서 '진명황의 집행검'을 강화하다가 날리고 엔씨소프트에 소송을 걸었으나 패소했다는 기사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해당 사건을 다룬 여러 매체의 기사를 살펴보면, '진명황의 집행검'에 대한 설명으로 '제작 난이도가 높아 유저들 사이에서 3,000만 원 상당에 거래되는'이라는 언급이 있는 걸 볼 수 있다. 어떤 매체는 제목에 넣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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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도 게이머이긴 하지만 아이템 하나에 3,000만 원이라니 ... 솔직히 지금도 믿어지지 않는다.(이미지 출처: 네이버 뉴스 검색 갈무리)

 

이처럼 유저들은 각 게임마다 나름의 기준을 세워 아이템이나 게임 화폐에 현금으로 가치를 매겨왔다. 게임사에서 하지 말라고 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해도 했다. 기자는 그 이유를 유저들이 게임에서 어떤 아이템을 얻기 위해 들인 시간과 노력, 즉 그 가치를 지키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가치는 게임을 열심히 하고 있을 때도 지키고 싶지만, 모종의 이유로 게임을 그만두게 될 때는 더욱 보장받고 싶다. 누구든 하고 있던 게임을 그만 둘 때 자기가 지금까지 들인 시간과 노력을 그냥 버리고 싶진 않을 거다. 하지만 게임사는 떠나는 유저가 지금까지 쌓아온 가치를 보전해주지 않는다. 게임을 그만두는 이유가 유저에게 있든 게임사에게 있든. 그래서 찾은 방법이 지금의 현금 거래였던 게 아닐까?

 

 

블록체인 게임에서는 서로 다른 게임 사이의 거래가 가능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전당포 사나이들'을 애청하던 와중에 흥미로운 개념을 알게 됐다. 블록체인 게임 서비스 플랫폼 '플레이댑'이 9월 17일 연 기자간담회(http://gameabout.com/interview2/4724844 )에서 특징으로 내세운 '서로 다른 게임 사이의 아이템 공유'가 바로 그것이다.

 

플레이댑은 자사가 개발하고 서비스 중인 '크립토도저'와 '도저버드'에서 서로 아이템 공유가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크립토도저'에서 얻은 캐릭터를 '도저버드'에 불러와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활용할 수 있으며, '도저버드'에서 얻은 열쇠 아이템을 '크립토도저'에서 상자를 여는데 사용하는 식이다.

 

어떻게 가능할까? 플레이댑의 설명에 따르면, 게임 아이템을 '대체불가토큰(NFT, Non-Fungible Token)'으로 변화시켜 이를 다른 사용자와 실제 시장에서 거래함으로써 자산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대체불가토큰'은 다른 토큰으로 대체할 수 없는 암호화폐를 뜻하는 것으로, 사용자의 디지털 자산 소유권을 보장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즉, 게임 아이템을 대체불가토큰으로 변환해둔다면, 게임 서비스가 종료되더라도 아이템의 소유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플레이댑은 향후 이 기술을 자사 개발 게임뿐만이 아니라 서드파티 게임에도 적용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심지어 서로 다른 장르의 게임도 가능하다고 했다. 좀 극단적인 예를 들면 '쿠키런'에서 얻은 캐릭터가 '리니지M'에서는 장비로 바뀌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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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자고 만들어 본 예시 이미지. 여담이지만 용감한 쿠키는 다른 게임에 가져가는 게 실례가 될 정도의 성능을 갖고 있다.

 

만약 이 기술이 내가 하는 게임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보자. 상상만 해도 즐겁지 않은가? 하나의 게임을 그만두더라도 단순히 지능만 상승하는 게 아니라 다른 게임 시작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간담회가 끝난 후, 희망을 안고 플레이댑에 서면 질의를 보냈고 답변을 받았다. 질문과 답변 내용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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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게임 사이의 아이템 연동에서 아이템의 가치는 어떤 기준으로 결정하려고 하는가? 그리고 그 아이템의 가치가 유저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는 어떻게 하려고 하는가?

답: 아이템 가치의 척도, 기준은 수요와 공급 곡선이 만나는 접점이라고 생각한다. 인게임 내에서의 가치도 중요하지만, 아이템 거래소에서는 거래된 가격이 바로 가치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특정 아이템의 가치가 모든 게임에서 같은 가치의 척도를 가진다면, 유연성과 확장성이 떨어질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유연성과 확장성이 보장되어야 사용성, 사용빈도가 높아져 아이템의 가치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아이템의 가치는 아이템의 희소성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 부분은 게임을 만들고 서비스하는 개발사의 결정 사항이자 서비스사의 운영 노하우라고 생각한다.

향후 서드파티 게임사들의 유명 타이틀을 우리가 어떻게 블록체인 게임으로 바꾸는지 관심 있게 지켜봐 준다면 궁금증은 더 구체적으로 해결될 거라 기대한다. 플레이댑도 다양한 실험과 연구를 통해 성공사례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좋은 아이디어나 개선사항이 있다면 언제든지 의견을 부탁드린다.

 

질문: 각 게임사의 사정에 따라 아이템의 가치는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 향후 서드파티 게임 사이에 원활한 아이템 연동이 가능할까?

답: 각각의 게임마다 해당 게임에서 디지털 자산으로 가치가 있는 아이템만을 '대체불가토큰'으로 바꾼다. 대체불가토큰으로 바꾼다는 건 블록체인상에 기록한다는 의미이다. 또, 아이템 거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유저의 수요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아이템의 가치가 가장 중요하다.

예를 들어, 도저프렌즈 캐릭터들은 도저버드에서는 메인 캐릭터로 활용되지만, 서드파티 개발사의 게임에서는 유비, 관우, 장비 같은 캐릭터로 사용되는 게 아니라 펫의 개념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즉, A라는 게임에서의 a아이템의 가치가 B라는 게임에서 a아이템의 가치가 동일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특정 게임의 기본 밸런스를 수정하는 접근보다는 A게임과 B게임 사이의 상호 시너지에 좀 더 집중하고 있다. 게임 내의 밸런스 조절은 게임 개발사의 몫이며, 협업이 이뤄졌을 경우 밸런스 튜닝이 이뤄질 수도 있다. 본질은 유저의 재미를 고도화하고 아이템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시너지를 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또, 기존 게임에서 디지털 자산으로 가치가 있는 특정 아이템만을 대체불가토큰으로 바꾸고 범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초기 시장에서 시행착오가 있는 타이틀도 물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가 굉장히 가치 있는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현재는 무엇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 플레이댑도 계속 연구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

 

답변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면 게임에서 가치 있는 아이템만을 '대체불가토큰'으로 바꿔 거래하게 된다는 것, 이럴 경우 소유권은 인정받을 수 있지만 다른 게임에서 그 가치가 유지될지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 그리고 각 아이템의 가치는 게임사에게 달려있다는 것이다.

 

성실한 답변이었지만 게이머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아직도 의문이 남는다. 플레이댑의 간담회에서는 게임사는 물론 게임의 장르가 다르더라도 교환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각 게임의 아이템의 가치를 어떻게 책정할 것인가가 첫 번째다. A 게임에서는 1만 원의 가치를 지닌 아이템인데, B 게임으로 가져오니 2천 원 가치의 아이템으로 바뀌었다면 제대로 된 거래라고 할 수 없을 테니 말이다.

 

두 번째는 게임 아이템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변화한다는 점이다. 게임 서비스가 종료돼 아이템의 가치가 사라져버리는 일도 있지만, 업데이트나 패치, 유저들 간의 메타 변화 등 다양한 이유로 아이템의 가치가 변동하는 일도 많다. 그래서 하나의 게임 내에서 아이템 거래를 할 때도 가치 변동을 꿰고 있어야 원활한 거래가 가능할 정도다. 서로 다른 게임 사이의 거래에서 게임사들이 이 가치를 어떻게 책정할지, 그리고 그 책정된 가치를 유저들이 납득할 수 있을지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플레이댑이 말하는 게임과 게임 사이의 거래가 실현되지 않을 수도 있다. 거의 모든 게임사가 게임 내에서 유저가 얻은 콘텐츠를 임의의 방법으로 유상 거래하는 것을 근본적으로 막고 있으니 말이다.

 

가능해지더라도 사행성 우려로 우리나라에서의 적용은 힘들 수 있다. 특히, 블록체인 게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암호화폐'가 환전이 가능하고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블록체인 게임의 등급 분류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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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말 서비스를 종료한 플레로게임즈의 '유나의 옷장'. 전체 이용가 게임이었으나 암호 화폐 도입과 그에 따른 사행성을 우려한 게임위가 등급 재분류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등급 재분류가 이뤄지기 전에 게임은 서비스를 종료했다.

 

그러니 현재로서는 플레이댑의 답변처럼 당장 최선의 방법은 없고 지속적인 연구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하려면 그냥 답이 없을 수도 있고.

 

 

결국 현금 거래로만 아이템의 가치를 지킬 수 있는가?

 

게임을 소재로 한 소설이나 영화 등을 보면 꼭 등장하는 개념이 게임 내 아이템을 중개 사이트 등을 통해 현금으로 거래하는 것이다. 심지어 게임에서 현금 거래를 지원한다고 묘사하는 경우도 있다. 상상력을 동원하는 매체에서도 현금 거래 외에는 특출난 수단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이미 유저 사이에서 현금 거래가 그만큼 친숙해졌다는 방증일지도 모른다.

 

현실이 소설처럼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렇게 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는 법이다. 결국 미래에도 굳이 새로운 거래 방법을 도입하는 것보다는, 지금 문제가 되는 보안이나 안정성, 사행성 등을 개선해 현금 거래 그 자체가 발전하지 않을까?

 

하지만 현금 거래를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아무래도 돈이 걸려 있으면 게임을 게임으로 즐기기 어려우니 말이다. 게임을 게임으로 즐길 수 있으면서도 아이템의 가치를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이 나온다면 과연 어떤 형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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